미술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부족한 미술 재능은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미술 수업 시간은 늘 즐겁게 기다리면서도 성적만 받아들면 좌절과 패닉 상태를 경험하기 일쑤였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그처럼 악몽 같이 끔찍하던 경험에서 벗어났지만, 그 흔적으로 남은 트라우마 때문에 미술과는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술은 아이의 기억 저편으로 아스라이 사라져갔다.

 

그런데 이제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던 그 아이에게 미술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는 책을 읽을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그 책은 바로 양정무 교수가 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였다. 미술을 좋아하면서도 미술을 잘 하지 못해 아픔을 겪었던 그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새로운 충격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자신이 단순하게 좋아했던 미술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미술 세계를 소개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이 책을 읽고서, 미술과는 전연 무관하게 느껴지던 고대인들의 삶과 환경이 사실은 완전히 미술로 둘러싸여 있고 사실상 미술을 본질로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대인들이 남긴 벽화도 오늘날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현실적 여유에서 비롯된 심미적 창작물이라기보다 당시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반영된, 대단히 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생존과도 직결된 공동체 정신의 표출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을 완전히 분리된 독립 분야로 생각하던 자신의 생각이 대단히 편협한 고정관념이라는 사실도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이 책에 소개된 생생한 사진 자료들을 통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미술 세계를 보고 경험하면서, 이집트인과 메소포타미아인의 종교와 경험과 생활방식 전체를 넓은 의미에서 미술로 불러야 옳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나마 품게 되었다.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다고 느낀 점은 미술을 형식적으로 딱딱하고 기계적으로 소개하기보다 오히려 미술이 삶과 대단히 밀접하게 연관되어서 삶의 체취를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함으로써, 미술을 정말 친근하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써내려간 이 책의 구성이었다. 덕분에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처럼 미술과 밀접하게 연결된 고대인들의 삶의 경험,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역사까지도 배우는 고마운 경험을 했다.

 

1권을 읽고 난 아이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진 미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되찾아서 무척 기뻤다. 그리고 아이는 2권에서는 자신이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미술의 매력들을 과연 어떤 식으로 소개할까 하는 즐거운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렘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