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를 전공한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겠지만 나도 고등학생 시절에 인문계를 선택하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인문학을 전공하다보니, 현실적으로 과학 분야와는 자연스럽게 담을 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내가 공부할 당시는 입시를 위해 과학 분야 중 한 과목을 선택해야 했던 시절이어서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중에서 그래도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지구과학을 선택했다. 물론 내용이 비교적 쉽다는 현실적 판단이 여기에 한몫 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학에 대해서는 크게 무지한 편이고, 거기서 논의되는 여러 문제들이 골치 아프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괴짜 물리학』을 읽으면서 내 생각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물리학이 매우 친근하고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물리학에 대한 나의 시각이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뀐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문과 전공자인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평가하자면, 이 책이 나에게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소는 이 책이 ‘정말 이런 것도 물리학이 다룰 만한 주제가 될 수 있을까?’하고 의심할 만큼 엉뚱한 질문들을 제시하고 물리학의 기본 내용과 개념들을 사용해서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상 과학 영화 속 등장인물들(가령, 헐크나 캡틴 아메리카나 슈퍼맨)의 초인적 능력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물리학의 입장에서 분석하기도 하고, 정말 기발한 질문들(가령, 자판을 두드려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것인지, 버블랩을 두르고 6층에서 뛰어내리면 살 수 있을 것인지, 또는 바나나로 발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여러 물리학 법칙들을 적용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를 설명한다. 그래서 물리학이 단순히 이론(복잡한 공식이나 수식)에만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직결된 학문이라는 깨달음을 받았다.

 

물론 물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 나와 같은 독자가 이 책에서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도 그리 녹록치는 못하다. 왜냐하면 비록 저자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나의 입장이 그런 배려에 충분히 호응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에도 크게 미흡한, 물리학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가 나와 같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엄선한 재밌는 질문들 덕분에, 포기의 유혹을 끝끝내 뿌리치고 끝까지 완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렇게 완독하고 난 지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리학에 대한 흥미와 이해가 부쩍 커진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서, 조금은 놀랍고 조금은 대견하게 생각된다. 『괴짜 물리학』 덕분에 독서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아서 독서한 보람도 크다. 『괴짜 물리학』은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친 인문학 열풍의 여파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쳐진다는 불안감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물리학 원리들을 적용하여 쉽게 설명함으로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