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주변의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문득 질문한다면, 나는 당황하면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평소에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뒤처지지 않으려 억척스레 애쓰는 이유도 어쩌면 남몰래 꿈꾸는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일 테지만, 정작 “행복이란 ~이다.”라고 정의해본 적조차 없고 행복의 의미를 곰곰이 곱씹지 못했다는 사실에 얼굴의 화끈거린다. 그럼에도 나는 무의식중에 행복을 염원한다. 유명한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무명의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이렇게 보면, 아마도 행복이란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는 개념일 수도 있겠다.

 

몇 년 전만 해도 행복의 으뜸가는 척도를 질문하면 많은 사람이 경제적 측면을 우선적으로 손꼽았다. 아무래도 경제적 부유함이 확실한 수치로 쉽게 환산되고 남들에게도 가장 뚜렷하게 과시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가 최근 들어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참살이)이 새롭게 각광받는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그런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 대단히 다양화되어서, 누군가가 행복을 어느 한 가지로 진단하고 설파하면 그것을 대단히 독단적이고 심지어 교조적인 태도로 낙인찍어 버린다. 바야흐로 행복론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기시미 이치로가 쓴 『행복해질 용기』는 행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방식을 우리에게 제언한다. 『행복해질 용기』는 천차만별의 행복관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아들러의 사상에 기초하여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 시각으로 행복을 재고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에 푹 빠져 있어서, 낯설고 새로운 무언가를 불쑥 들이미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표시하고 경계의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니 『행복해질 용기』는 제목으로 시사하듯이, 행복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용기 내어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기시미 이치로가 『행복해질 용기』에서 행복을 위해 특히 강조하는 핵심은 ‘관계성’(대인관계)이다. 우리가 직장과 사랑과 결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실천하는 일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인간’(人間: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으로 표현하는 것도 사람이 관계성의 동물인 까닭이다. 그러니 우리가 행복을 위해 쏟는 노력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만 머물러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우리의 행복은 고립된 무인도에서 생활하듯 나 혼자만의 만족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자기 혼자만 행복해지는 비법이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행복해질 용기』는 ‘의미 부여’ 또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역설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의미 부여’ 또는 ‘라이프스타일’이란 ‘인생이나 세상이나 주위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뜻한다. ‘의미 부여’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한 까닭은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행복을 가능케 하는 수단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굳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가령 우리의 기분 상태에 따라 주변 사물을 바라보고 남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행복해질 용기』에서 말하는 행복은 대단히 현재(현실) 지향적이다. 『행복해질 용기』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경험 때문에 우리가 현재에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에 젖어 산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그것은 사람이 현재에 자신이 실패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또는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합리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인생이나 세상이나 주의 사람들이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즉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면, 현재 상황이나 환경이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인정함으로써 불필요한 공상이나 피해의식이나 남들의 평가나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속성 부여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해방감 자체로도 가히 행복이라 부를 만하다.

 

『행복해질 용기』는 행복이 우리에게서 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해지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고 단순하다. 행복해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대단히 힘들다고 생각하여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일을 하면 되는데, 그것은 바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서 삶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용기, 사람들의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이겨내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행복해질 용기』에서 제안하는 행복론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현실에 대단히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지극히 실용적이고 실천적이다.

 

기시미 이치로가 『행복해질 용기』에서 풀어내는 통찰과 지혜를 나의 부족한 서평에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점은 못내 아쉽다. 그래도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력감과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현재에 닥친 불행에서 돌파구를 찾고 싶거나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행복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시미 이치로가 『행복해질 용기』에서 말하는 내용을 한 번쯤은 경청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