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바라보고 말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은 아직까지도 ‘대담’하면 뭔가 어색하고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며 공유하는 일에 필요한 표현법 중 하나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해와서인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까운 거리에 마주 앉아 대화하는 일을 꺼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담은 그냥 편하게 어떤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며 소통하는, 일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공통 화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배려하는 가운데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 도정일, 그리고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최재천 교수가 만나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 그리고 동물행동학으로 풀어본 사회구조와 동물학으로 해명될 수 없는 인간의 이해 못할 행동들에 대해 말을 나눈다. 이들의 만남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데 의견을 모아갔다. 처음에는 각기 다른 영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만나면 상충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화 주제는 ‘신화와 과학의 타협점은 없는가’ ‘ 이 복잡다단한 세상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가’로 이루어져, ‘우리가 기대하고 혹은 두려워하는 미래사회’에까지 이르러 폭 넓게 진행되었다.

 

   대담 중 ‘죽지 않을 방법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꿈입니다. 이 욕망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까?’라는 주제 아래 이루어진 대담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불로초를 찾아 남해 금산까지 왔다는 진시황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든 지금 살고 있는 일상의 행복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더욱더 오래 살기를 원하고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지구의 생명체 수용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금 살고 있는 이들이 영원히 살아간다면 차세대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다음 세대는 탄생하여도 자신들의 설 자리를 잃고 도태될 것이며, 기존에 존재하던 이들만 이 땅에 살아간다면 그만큼 다양성이 떨어져 창조력을 바탕으로 한 발전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점을 보면서 나 자신은 영원히 살아갈 것도 아닌데 나무나 안이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았다.

 

   같은 화제에 대한 두 교수님의 다른 해석, 중간 중간의 반격과 타협, 거침없는 담론들은 내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재반론을 해주었으면 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주제를 바꾸어 다른 화제로 돌아가기도 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지금 몸 담고 있는 세상의 일상에 젖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새롭게 조명하여 인식하게 된 점은 사회인으로 생동감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주었다. 편협한 사고에 젖어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 채 인문, 문학 영역에 치중해 왔던 독서 경향을 벗어나 폭 넓은 책을 접하여 균형 있는 시각을 키워 나가야겠다. 수학과 과학에 자신이 없어 문과를 택하여 점점 생활 속 과학에 등을 돌리고 담을 쌓아가는 내가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앞으로라도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경계를 두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