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너머 주택가에서 낯선 이를 발견이라도 한 듯 개가 심술 사나운 할머니처럼 고함을 지르며 짖는다. 그 소리에 끌려 나가 보니 개는 며칠을 씻지 않았는지 오물이 덕지덕지 붙어 냄새가 많이 났다. 버려진 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개를 잃은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도대체 남의 개를 훔치려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가끔 오락실에 가고 싶어 엄마 지갑에서 돈을 슬쩍 한 적이 있지만 꼭 완벽하지 못해 훔친 사실이 들통 나 혼이 난 적이 있다. 지금껏 개를 훔칠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주인공의 행동에 관심이 갔다.

 

  부모의 이혼으로 초등학생 조지나는 동생 토비, 엄마와 함께 낡은 트럭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사업 실패로 가족이 살던 집까지 내놓고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인 가족은 고물상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낡은 트럭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라 조지나는 지금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했다. 학교 가기 전 세수를 하기 위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며 반 친구나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던 조지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름표가 달린 애완견을 보고는 값나가는 동물일 것이라며 개를 훔칠 방법을 세우기 시작했다. 보통 개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데 이름표를 붙인 개의 주인은 돈이 많은 부자일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조지나는 동생과 함께 개를 훔치기로 작정하고 행동 방법까지 적으며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갔다.

 

 

  얼마 전에도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전봇대에 붙여진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 개를 훔쳤다가 전단지가 붙고 나면 개를 주인한테 가져다주면 사례금으로 받을 돈을 떠올리며 조지나는 치밀하게 개를 훔치기로 했다. 개를 미끼로 유혹하여 숨겨 놓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개를 잃은 주인은 전단지를 붙일 생각은 하지 않고 눈물 흘리며 개를 찾아 나섰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개의 주인은 혼자 사는 카멜라 아줌마가 정을 나눌 상대로 키우는 개였다. 인적이 드문 곳에 훔친 개를 숨겨 뒀지만 떠돌이 무키 아저씨를 만남으로써 개를 도둑질한 것이 들통 날까 봐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힘들어졌다. 이 모든 사실을 아줌마에게 틀어놓고 벌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용기를 낸 조지나는 개를 데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개를 훔치기 전과 후의 사정을 들은 아줌마는 어린 조지나를 감싸 안으며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개를 훔쳐서 돈을 만들 생각을 했냐며 그를 위로해 줬다. 그 모습에 마치 자신이 개를 훔쳤다가 용서를 받은 것처럼 눈물이 핑 돌았다. 타인의 물건을 훔치려 했던 일은 잘못된 생각이지만 무엇이든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치밀함은 배워야겠다. 개를 훔치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운 것처럼 조지나가 학교에서 열심히 생활하여 힘들게 자식을 돌보는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집도 없는 상황에 놓인 조지나 가족이 낡은 트럭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작은 집에서 함께 살며 서로가 소중한 가족임을 일깨워 가는 과정을 떠올리며 희망의 싹이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