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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를 즐겨 들으며 불면의 밤을 보내던 시절 육아와 직장일로 정신없이 지내던 시절에 비하면 마흔은 다소 안정적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가는 연령대이다. 평균 수명을 고려해 본다면 마흔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로 치닫는 때라 핑계를 대고 미처 행하지 못한 것을 실천에 옮기는 때이기도 하다. 동년배들과의 만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대는 함께 늙어가는 때 소중한 동반자로 자리하는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양적으로 많은 친구를 옆에 둔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질적인 삶을 담보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연령대에 이르렀다. 조직의 성원으로 살다 보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으나 자신이 품고 실천하는 꿈은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하는 토대로 작용한다. 그래서인지는 잘 몰라도 마흔 아홉인 남편은 40대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육신은 점점 지쳐 가고 있지만 마음 놓고 앓아누울 수도 없다더니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를 읽으며 그동안 애써 온 남편의 삶에 연민이 더한다.

더 이상 방황하며 흔들릴 시간은 없다는 생각으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살아온 인생의 무게가 배태하는 아픔이 중년의 삶에 깃들어 있지만 파할 수도 없는 마흔 전후의 아픈 마음을 애정의 손길로 위로한다. 마음은 열혈적인 청춘보다 더 아프지만 여러 책무를 다하며 사느라 마음 놓고 아파할 수도 없는 나이 마흔이 주는 삶의 멍에가 커 보인다. 남들을 의식하며 타인이 정해 둔 일반화된 기준을 따르며 살아 온 중년 남자들의 상처가 곳곳에 드러나 그동안 바깥 일로 바쁜 남편을 질책하며 살았던 점을 반추한다.

‘결국 나의 천적(天敵)은 나였던 거다.’

지하철 역사에 새겨진 시구를 보면서 자신의 적은 바로 자신임을 깨달아 스스로 달라지려는 노력과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는 구절에는 십분 공감할 수 있다. 지금껏 소신대로 살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그들이 정한 잣대를 따르며 피동적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몸이 아파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 돈은 누가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하며 지낼 수 있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나이 마흔의 가장들은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했다. 스스로 충전하며 살아야 할 마흔 지금껏 타인의 지시에 응하며 살아왔다면 탈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소신대로 살다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흐트러지게 되더라도 그 자체를 여유롭게 바라보며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는 일이 절실하다. 속력을 내며 살았던 삶을 돌아보고 형편에 걸맞은 인생 속도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실천력으로 내 안의 기적을 찾아 나설 일이다. 필요 이상의 재산을 늘리려는 욕심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의 욕망을 줄여가는 수밖에 없다. 욕망의 덫에 눌려 조급해하며 살았던 삶의 궤도에서 비껴나 쉼 호흡을 길게 하며 돈의 노에로 살기보다는 재화를 다스리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짧은 이야기와 같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이가 아니라 값어치다.’

세네카의 금언대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만큼 소중함 존재임을 인식하고 어떤 성과를 이뤄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으며 지내야 한다. 타인의 비난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질책의 소리를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아 자존심은 내려놓고 자존감을 높여 가는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직장에 몸담고 있을 때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 놓으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길을 탐색하였고, 어떤 일을 해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지 고민하여 인생의 전환점을 찾아 능력을 발휘하여 갔다. 결혼 3주년을 기념하여 커피숍에 들러 카페라떼 두 잔을 시키고 앉은 구두닦이의 아내는 특별한 날 커피 정도는 사주고 싶었다는 말에 일상에 소소한 감동을 간과한 채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반문케 되었다는 저자의 말은 지나 온 삶을 부끄럽게 한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가운데 단조롭고 밋밋한 삶을 이어왔을 뿐이다.

이미 장년의 시기에 접어든 40대의 근심은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부모 봉양, 자녀의 독립을 위한 지원에서 자신의 노후 대책까지 세워야 하는 부담으로 더해진다. 종내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소중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마흔 이후 근심 없는 인생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녀가 부모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자녀를 위한 올바른 인생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공감지수를 높인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한계를 극복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견딜 수 있는 근기를 심어줘야 하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자식들을 배려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녀들 스스로 인생 만족도를 드높여 자존감을 찾아 갈 수 있게 하여 자식의 인생에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며 가족들과 잘 지내는 일이 직장생활보다 더 중요한 때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며 친밀감을 회복하여 부부 사랑을 공고히 함으로써 원숙한 중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가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쪽 날이 필요한 것처럼 부부 역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절반 쯤 왔을 때 문득 쳐다 본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보는 이 마음을 울울하게 하여 먹먹해졌다. 지금껏 자신의 뜻을 좇아 살기보다는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왔던 일상의 회한이 현재적 삶을 제대로 살아 마음이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