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학생이 체육복을 들고 와서 뜸을 들이고 서 있다.

서평을 작성하느라 커퓨터 화면에 눈길을 가두고 있었던 터라 기다리고 서 있는

아이에게 고개를 돌리어 뭐냐고 물었다.

"이것 할머니께서 만드신 것인데 선생님께 전하려고요. 다른 선생님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체육복 안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파우치였다.

 

예전에 면이 있던 할머니가 손수 만든 작품이라니 가슴에 울림을 도해 전화를 걸었더니

담임이냐고 물어서 아니고 문학 선생님이라 했더니 외손녀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선물 준다고 했다니 황송하였다.

칠순을 넘긴 할머니가 바느질을 배우고 염색하는 법을 배운다니 배움의 열정은 나이 들어도

쉽사리 식지 않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생각하여 전해주는 선물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선물할 대상을 떠올리며 말 없이 선물을 준비하여 부끄럽게 전하는 손길에 담긴

진정성에 무색해질 때가 있다.

   '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되뇌이며 마음이 담긴 선물로 기분이 좋아질 때 선물을 전한 이의 마음이 공감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