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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 토요일이면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남해 요양원으로 간다. 그곳에는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친구들은 나이 든 어른들에게서 냄새가 난다며 눈살을 찌푸리며 싫은 내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냥 집에서 지내면 편하고 좋을 텐데 선생님에게 왜 봉사활동을 가냐고 물어보는 친구도 많았다. 비쩍 마른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를 때마다 손아귀에 힘이 빠져서인지 힘이 많이 들어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지치기 일쑤다. 다른 장소도 있는데 왜 요양원으로 봉사를 나가는지 의문을 품고 푸념하였더니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책이 있다며 <<울지마 톤즈>>를 추천하여 주었다. 추석 연휴 때 엄마와 함께 봤던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책이라는 점을 뒤늦게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하는 게 바로 나에게 하는 것이다.’

성경 구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손길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을 찾던 중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로 향하였다. 살이 문드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 한센인들의 발과 손을 보면서 이태석 신부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여 그들을 치료해 줬다. 한센인들의 발에 난 고름을 닦아 주고 상처난 발에 딱 들어맞는 신발을 특수 제작하여 그들의 발에 신겨 주는 장면은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은 암에 걸린 것도 모르고 밤잠을 설치며 톤즈 사람들을 치료하고 우물을 파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 신부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톤즈에 학교를 세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귀국한 이태석 신부는 건강 검진에서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음악회를 열어 학교를 세울 기금을 모을 정도로 이태석 신부는 말기 암의 고통도 뛰어넘는 사랑을 펼쳤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요양원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봉사하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내전이 끊이지 않고 질병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치료해 주고 돌보기 위해 아프리카 수단까지 가서 봉사하는 모습은 부끄러운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중학교 2학년 지금은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노력하여 편한 일을 하는 사회인이 되고 싶다. 공부를 못하면 힘든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이태석 신부는 의대를 졸업한 전문의이었지만 편안하면서도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왜 이태석 신부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을까?’

의대를 졸업하고 다시 신학대학에서 공부하여 신부의 길을 걸었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부족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은 수단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총탄에 스러져가는 병사들을 치료하고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예방 접종을 해나갔다. 전기 시설이 없어 예방 백신을 보관할 방법이 없자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돌리게 하는 발명으로 톤즈 사람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밝음을 선물하고 삶의 희망을 꿈꾸게 했다. 이태석 신부는 질병으로부터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음악은 또 다른 치료제임을 알고 아이들 중심으로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악기를 연주하게 하고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이태석 신부는 마지막 남은 생명의 불꽃이 사라질 때까지 톤즈 식구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모두 쏟아 붓고 바람같이 떠나버렸다.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전하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이태석 신부는 아마도 톤즈 하늘 가장자리에 별로 자리하여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을 희망을 전하고 있을 듯하다.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는다는 무더운 나라 아프리카 수단에서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병적인 일들이 많은 것을 알고 이태석 신부는 주민들과 힘을 합쳐 학교를 세워서는 병원을 세우고 수업을 해나갔다. 도움이 필요한 톤즈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한껏 발휘하여 고통 받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준 신부님을 보며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새기게 되었다.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던 봉사 활동 시간을 돌아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로 몸은 힘들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할머니의 미소를 떠올리며 성의를 다해야겠다. 6월 둘째 주에는 그동안 학원에서 배운 플루트를 챙겨 가서는 어르신들 앞에서 사랑의 기쁨을 연주하여 조그마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