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지만 식구들 모두 자신의 배움터로 나가 하루하루 치열하게 지낸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만큼 서로가 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아들은 남해대학교에서 주최하고 남해군청에서 후원하는 보물섬 영어 캠프에 3주 동안
다니며 합숙 중이다.
매주 금요일 밤에 빨래 보따리를 들고 와서는 짐을 풀고는 휴식을 취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 주가 흐르고 만나는 아들은 부쩍 자라 성장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들을 안고 사랑한다는 말로 등을 두드리며 한 주 공부하느라 애썼다고 격려하는
시간도 찰나 조금 지나면 또 다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아들이 숙소로 들어가기 전 일요일 저녁에 회를 먹고 싶다는 간청을 받아들인 남편은
횟집에 들러 회를 한 접시 준비해서는 홍합까지 얻어 와 뽀얀 국물이 먹음직스럽게 우려
날 때까지 삶아 한 대접 내서는 만찬을 즐겼다.
이틀 뒤면 3주 간의 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아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딸은 요즘 진주 게양에 있는 요리학원에서 한식 조리를 배우고 있다.
칼도 잡아 본 적이 없는 열아홉 딸이 이제는 스물로 혼자 살아갈 일을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생선을 만지기 힘들어하는 것말고는 요리 한 가지씩 익혀가는 일이 즐겁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이 소박이를 만든 날 오이와 부추, 생각 등을 사놓으면 맛있는 오이 소박이를 만들어 준다고
하더니 어느 새 오이를 준비해 그럴 듯하게 만들어 냈다.
칼질도 못하던 딸이 칼집까지 제대로 내어 오이 소박이를 만들어낸 것을 보니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몸으로 부대끼며 어떤 점을 일깨워가는 과정은 공부의 한 방편으로 스스로 일깨우는 점이
커보인다.
올해는 식구들 모두 몸으로 부단히 체득하는 공부를 통해 질적인 성장을 이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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