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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나라를 만드세. ’

아침 6시면 확성기를 통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움직였던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새마을 운동이 먼저 떠오른다. 학교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을 10번씩 베껴 쓰고 외워 오는 숙제를 내고 그 숙제를 확인하느라 선생님들은 늘 분주했다. 유신시대에는 민족 교육 헌장으로 아이들에게 강박관념을 심어주었던 것처럼 거짓말 학교에서는 거짓말 교육 헌장 내용을 암기하여 거짓말의 기치를 드높이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특색 있는 교육 사업으로 자율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우수한 학생들을 모으는 특성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특목고 형태의 거짓말 학교는 유일무이한 학교로 기존의 학교와는 차별화된 거짓말 달인을 만들기 위한 교육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창조적인 거짓말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아 거짓말로 나라의 번영을 도모한다는 교육 목표를 학생들은 늘 되뇌며 생활한다.

양심을 저버리고 상대를 속이기 시작하여 그것이 통하게 되면 거짓말은 눈덩이 불어나는 것처럼 커져만 가 급기야는 양심까지 저버리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춘기 시절 딸은 갖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부모를 속이고 그 속임을 방지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행하며 본능대로 살았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우수한 아이들만을 골라 세계를 뒤흔들 창의적인 거짓말 인재를 양성하는 거짓말 학교는 지도에도 표시할 수 없는 작은 섬에 위치하여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되어 운영되었다. 이 학교에서는 보편화된 중학교의 교육과정과는 달리 거짓말을 창조하는 데 꼭 필요한 거짓학, 진실학, 논리학 등을 필수 과목으로 배우며 거짓말에 통달하는 훈련을 배워 나간다.

윤주, 우현에 이어 조회시간에 거짓말 뉴스를 듣던 도윤이가 쓰러져 보건실로 옮겨지자 아이들은 보건실 앞 면회 금지라는 문구를 보고는 조심스레 도윤을 만났고,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점을 가슴에 품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거짓말 학교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의 이사로 승승장구하는 선배의 초청 강연이 열리던 날,

‘저렇게 밥 맛 없는 교장은 학교에서 당장 쫓아내야 한다.’

라고 도윤이 쓴 쪽지가 교장 손에 들어가 그 쪽지를 찾아 교장실 무단침입을 감행해야 했다. 중우, 도연, 인애, 나영은 교장실로 가서 쪽지만 가져오면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 믿었는데 그곳에는 베일에 가려진 비밀이 들숨과 날숨을 쉬고 들어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비밀의 시원을 찾아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교장실에 잠입한 의사 아저씨는 몰래카메라를 교장실에 설치해 정보를 캐내려 했다. 의사 아저씨와 아이들이 설왕설래하는 동안 관리인이 또 쓰러짐으로써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의 진상을 찾아 다시 교장실을 찾은 아이들은 그곳에서 진실학을 강의하는 선생님을 만났다. 교장실에서 어떤 일이 꾸며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여기게 되자 진실학 선생님이 돌연히 학교를 떠나는 일이 일어났다. 일련의 사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물음들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규명되지 않은 채 부정적인 일만 꼬리를 잇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거짓말 수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로에 놓이고 말았다.

메티스 칩을 뇌에 이식해 거짓말을 할 때 일말의 양심과 죄의식을 없애주는 완벽한 거짓말 기계로 태어나는 거짓말 수술을 둘러싸고 아이들의 당혹스러움은 컸다. 교장은 어떤 노력과 고생도 없이 최고의 거짓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일은 성공적인 삶의 지름길이라며 호언장담하였다. 교장실을 무단 침입한 사실을 교장에게 밀고한 이를 둘러싸고 서로를 의심하던 아이들에게 교장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는 학교에 남을 수 없다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가난한 형편으로 더 이상 사교육을 받을 사정이 안 되자 거짓말 학교에서 경제적 격차를 교육적 수혜로 상쇄해 가려던 나영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말았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애를 찾아 사과의 말을 건네지만 그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인애의 말에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져든 나영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인애 역시 자신의 선택의지와는 달리 맞닥뜨린 부모의 이혼이 이곳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대가로 부모가 재결합하는 기적을 바라고 자신을 속이며 지내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또 다른 번민에 휩싸였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양심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아진다며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드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 안타까움을 더할 때가 종종 있다. 교묘한 술수로 상대를 속이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일을 해서라도 부자 대열에 끼이고 싶다는 아 이들의 꿈 앞에 원칙을 지키고 인륜의 도를 저버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소리를 귓등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과 함께 이 동화를 읽고 싶다. 선의의 거짓말로 다수를 살릴 수 있는 절박함 속에 불가피성을 들더라도 거짓말 달인이 되어 성공적인 신화 속 주인공을 꿈꾸는 일은 싹을 틔워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