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정한 관계 속에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은 사회 속의 구성원으로 자리하면서 크고 작은 인연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무미건조함을 더할 때면 자신의 참모습과 삶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하며 회의를 품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더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때 갈등은 증폭되고 그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때 끝 모를 심연 속으로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건주와 시우 역시 초등학교 6학년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상충하며 지내다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관계를 회복하기에 이른다. 외톨이로 살았던 고독감에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구체화하여 바람직한 우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에게 휘둘리면서도 순종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건주 어머니, 그 부모를 보면서 주눅 들어 지낸 건주는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자제력을 잃고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던 건주는 변변한 친구 한 명 없이 무의미한 학교생활을 해왔다. 외톨이로 지내며 반 아이들로부터 냉대를 받던 건주에게 전학생 시우는 특별한 친구로 자리하게 되었다. 어느 곳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확인하기 힘들었던 건주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던 시우는 친밀감을 형성하기에 안성맞춤인 존재였다.

하지만 건주와 시우의 좋은 관계 형성도 늘 아이들 위에 군림하며 반 친구들을 제압하던 은찬이 무리의 훼방으로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교활함과 야비함으로 가득한 은찬이는 패거리를 만들어 함께 어울리며 건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 급기야는 폭력 사태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우정 어린 친구라 여겼던 시우가 은찬이 패거리에 들어감으로써 건주는 배신감보다 더 큰 패배감을 맛보게 되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담임과 몇몇 부모들은 싸움의 원인이나 과정을 헤아리기보다는 결과만을 두고 건주 잘못으로 몰아가기 일쑤였다. 심지어 은찬이 패거리와 다른 반 패거리가 붙은 피시방 사건 가해자를 건주로 몰아 거짓 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시우는 가슴 속에서 죄책감이 물결처럼 일어 점점 학교에서 건주를 만나는 일이 미안하기만 했다.

폭력 사건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힌 건주는 담임과 친구들의 냉대 속에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 규칙이 정해졌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던 건주에게 상담 선생님은 건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정성을 다해 건주의 마음을 헤아려 상처 난 건주의 마음을 치유하기에 이른다. 한편 시우는 잘못을 바로 잡아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용기를 내어 담임에게 진상을 알리고 말았다. 학교에 불리어온 건주의 아버지 앞에서 은찬이의 속임수를 밝혀냄으로써 시우의 진정성을 알아차린 건주는 예전의 우정을 회복하기에 이른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뜻과는 달리 집단 따돌림을 당하며 홀로 지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며 서로 화합하기보다는 편을 갈라서는 서로 다툼을 벌이며 사느라 속도전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종당에는 가슴 속 깊은 상처만을 남기고 공허감만 더할 일에 아이들은 매달리며 불화할 때가 있다. 외로움을 감내하기 힘들어 어떤 무리에 가담해 지내게 되더라도 지금 내가 행하는 일들이 바람직한 일인지 돌아보고 의문을 던짐으로써 어느 한쪽에 치우쳐 살아가는 나를 곧추 세울 필요가 있다. 어려운 조건들을 이겨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상담실을 찾은 건주와 시우가 그림을 함께 그리며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은 우정의 빛을 발하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