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노랑. 그리고. 한발 물러서서 보기.

펴면서

옆에는 하얀 바탕에 까만 네모에 하얀 글씨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쩌면 식상하지만 그 식상함을 표현했기에 신선한 글귀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색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우리의 눈을 완벽히 믿을 수 있는가?"

책을 읽기 전 그림을 먼저 본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림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그림을 선정해 보고자 했는지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그것도 그림을 '색'을 기준으로 본다고 하니.

나 역시 직관적으로 보기, 기존의 말로 설명한 타인의 설명이 아닌 정확하거나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의 시선, 나의 직관으로 보기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긴다.

읽다가 난 생각

정답만을 알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는 현재, 오독하기, 기존 틀 벗어나기를 시도하는 것은 결국 '상상의 자유'를 얻기, 그리고 거기에 '즐거움과 흥미진진함'까지 얻기 위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오독하기'는 지금 이 시기에 더더욱 중요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레드.블루.화이트.엘로우.그린.블랙. 아니 그림!

각각의 색을 기준으로 작가가 선택한 그림들과 작가의 그림 이해하기는 그 동안 그림을 볼 때마다 가졌던 '정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여지 없이 깨주었다. 결코 그림은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그림 속에 이야기를 넣는다는 건 뭔가 고상하고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림의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하지만 화이트 '에드가 드가의 <무대 위의 리허설>'을 통해 작가는 "그림에서 우연적으로 보이는 건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움직임조차도." 작가 역시 모든 것이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의도했던.

작가는 정말 언어의 마술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 문장부터 그랬지만, 흔하디 흔해 어쩌면 식상하다고 생각해 피하거나 무시했던 말에 신선함을 부여해주는 언어의 마술사, 아니 말장난의 대가.

그림을 보는 것뿐만아니라 난 언어, 단어 역시 새롭게 바라보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알게 해주었다.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아프게 다가온 색은 빨강이다.

왠지 모르지만, 나에게 빨강은 누군가 뺏아가버린 느낌이다. 그 동안 그리 좋아하거나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나의 허락없이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것을 무척 아꼈던 것도, 그 빼앗김에 분노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 빨강은 고고하고 도도하기 때문에 그 동안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소속된 적은 없었다. 결국 난 빨강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빨강은 주인이고,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끌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기분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덮고 나서.

문뜩, 나도 그림에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림을 그릴 줄도 모르고, 그림을 볼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내가.

책을 덮는 순간. 주변에 있는 전시관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림을 배우고 싶어졌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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