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관계 맺음이 어렵다. 예전에 비하면 오히려 지금이 그 관계 맺음이 더 수월한 환경인데도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서투름을 도와준다는 많은 책과 조언이 있지만 그것도 개개인에게 100% 맞춤형은 아니다. 말 그대로 보편적인 얘기다. 그런데도 그런 조언에 모른 척 하기 어려운 건, 우리는 여전히 소통을 원하고 다른 이와 더불어 살면서 관계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이 생활의 전부였던 시절이 이젠 생각나지 않는다. 온라인 소통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온라인에서 우리의 존재감은 크다. 그 안에서 또 다른, 혹은 오프라인과 똑같은 소통을 이어간다. 그만큼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이 똑같으며, 불통의 어려움도 똑같이 작용한다. 그럴 때마다 온갖 책과 강연은 인간 감정의 상처나 관계 맺음에 많은 말을 해주며 힐링을 주려 애쓴다. 하지만 그게 얼마만큼의 위로와 치유를 만들까. 누구에게나 똑같이 치유의 힘을 발휘할까? 솔직히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어른인 나도 이럴진대 감정이 예민하다는 청소년 시기나 이제 막 청소년을 벗어난 이십대의 청춘은 어떻게 관계 회복과 치유를 만들어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 『내 친구를 찾습니다』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잘 유지할 수 있는 조언을 하며 우리의 소통에 도움이 되려 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관계를 맺어가고 살아갈 수 있게, 소통과 불통은 종이 한 장 차이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든다.

 

인문학 게릴라 몸문화연구소의 두 번째 청소년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 교우관계나 학교생활, 왕따나 학업 스트레스, 진로와 그 외 다른 문제들까지 고민이라면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른도 여전히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래의 불안과 동료 사이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굳이 어느 연령대 하나만을 두고 적용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인문학적 성찰로 이어지게 하는, 인문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계 이야기는 제법 진지하면서 가벼웠다. 관계의 기본이라고 해도 무방할 가족이나 연애, 우정,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을 향한 애정, 닮고 싶은 멘토와의 공감대 형성, 서로 반대로 자라는 듯한 어른과 아이 사이의 거리감. 나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내 삶의 주체가 되어가는 방법.

한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 전부를 채울 수도 있는 관계의 나열이 단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복잡하게 보여 어렵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와 조근조근 얘기하듯 들려주는 이야기에 차분하게 경청할 수 있게 했다. 세세하게, 천천히, 잘 이해하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면서 한 사람의 큰 그림을 그리게 한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봐야할 것들을 인지하고 상대와 나의 다름을 파악하면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는 분명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겠다.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게 관계 맺음이었다. 그러므로 우린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애써야 한다. 사람을 배우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배운다.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삶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타인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는 건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 매 순간 고민하며 사는 삶이 진정한 성장의 모습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 예전의 법칙을 지금 무조건 적용할 수는 없다. 많은 환경이 변했고, 삶의 자세가 변했다. 과학이 발달하며 세상은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고 그에 맞게 소통하는 방식 역시 바뀌었다. 지금 살아가는 분위기에 맞는 고민, 역시 필요하다. 우리의 사고와 자세가 그에 맞게 저절로 바뀌어야 함은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내 친구를 찾습니다』의 조언은 풍성한 잔칫상 같다. 지금 시대에 맞는 적절한 예와 문제를 드러내고 그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와 생각이 어떠해야 하는지 들려준다. 총 9가지 관계를 이야기하며 각 예와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이때도 분명하게 상기해야 할 점은 사람마다 다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은 각자에게 어느 정도 맞는 방법인지는 자신이 한 걸음 더 나아가 판단하고 배워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다른 갈래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4장 부분이다. 모든 것의 주체는 나 자신이고 모든 관계의 시작과 단절, 이어가는 방법 역시 나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기본이 되어야 다른 관계의 형성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어려운 관계 맺음에서 한 시름 내려놓은 기분이다. 조금 아쉬운 건 내가 청소년기를 보낼 때 이런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거다. 그랬다면 조금 더 일찍 그 관계를 위한 고민과 방법, 성장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이제라도 이런 이야기 만나서 반갑다. 급하게 읽느라 큰 그림이 먼저 보였는데, 집중해서 다시 한 번 정독해야겠다. 중간에 있는 일러스트로 한 템포 쉬어가면서 각 장에서 들려주는 그 예와 방법론을 다시 새겨듣고 싶다. 어른은 물론이고 지금 많은 고민의 어려움에서 그 방법을 몰라 혼란스러울 수 있는 청소년이 읽는다면 더없이 좋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