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봤을 땐,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작은 사찰에 기거하며 쓴 일긴줄 알았다.

어지럽고 번잡스러운 세속을 벗어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즈넉한 천년사찰에 숨어 살며 안빈낙도하는 그런 생활...

하지만, 산중일기는 처음부터 나의 예상을 보란듯이 깨뜨렸다.

내가 머무는 곳이 바로 산중이며, 일상이 도닦는 것이란다.

성과 속의 경계가 없고, 그러니 안과 밖의 구분도 무의미하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원효대사의 깨달음과도 닿아 있다.

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수년 전, 고즈넉한 천년사찰 실상사에서 홀로 우산을 받쳐들고 비내리는 마당 한가운데 서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이 순간 멈춘 듯한 실상사 마당에서 천년의 시간이 조용히 소용돌이 치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절대 고요, 절대 평온의 순간이었다.

이 책은 말한다. 내 마음 먹기에 따라, 평범한 내 방 안에서도, 도심의 사무실 안에서도 번다한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도 절대 고요, 절대 평온의 순간을 찾을 수 있다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고...

내가 어느 세월에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 진다...

작가 최인호의 표현을 빌면..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밖에 나가서 놀다 올께~~’ 라고 뛰어나가, 해가 지도록 골목에서 동무들과 놀다가..

’밥먹어라, 얼른 들어와!’라는 엄마의 부름에, 미련 없이 놀이감들을 내려놓고 집으로 뛰어들어오던 그 때처럼...

’나 잠깐 나가서 놀다 올께요’ 하고 세상에 태어나, 정신없이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늦고 빠르고는 있겠지만.. ’이제 그만 돌아오너라’ 하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면, 세상의 온갖 재미난 것들을 미련없이 내려두고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 죽음이라면...

죽음이란 편히 쉴 수 있는 집과 맛있는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는, 그런 즐거운 나의 집인 셈이다..

덕분에... 난, 죽음과 조금은 가까워지고 친해진 느낌이랄까....

그리고, 나의 삶과도 더 친해졌다.  엄마가 부르기 전까진, 마음껏 신나게 놀아야지!!!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여한이 없이 손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