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구는 원래 그런거란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60억 인구가 사는 지구에,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으로는 120억의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단다.

그런데도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배고픔으로 죽어간단다.

원인은 하나. 인간의 끝없는 탐욕!

결코 믿고 싶지 않은..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진실..

하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던 그 진실이다.

소수의 부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아프리카의, 남미의, 아시아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 가도,

부자들은 적자생존, 지구균형의 흉칙한 논리로 그런 현실을 정당화한다.

다량 생산된 배추나 무를 밭에서 뽑지도 않고 그대로 갈아 엎고..

미국같은 농산물 대량생산국은 바다에 갖다 버린다고도 한다.

그들이 버리는 수천톤의 오렌지 중 단 한 개의 오렌지만 있어도 , 괴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을 살릴 수 있음에도..

그럼에도, 가격 조정을 위해 어쩔 수 없다.. 는 것이, 내가 고교시절 경제시간에 배웠던 논리다.

시장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거래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어쩔 수 없는 무기력증을 느끼게 된다.

나 혼자, 내 작은 힘이, 내 작은 돈들이 무얼 어떻게 할 수 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나,

아니, 세상은 변하기는 하는 걸까?

그럼에도.. 다시 눈 막고 귀 막고 입 닫고 그렇게 살 수만은 없게 되었다.

작가 이윤기의 표현대로,

손가락을 씀뻑 베어버리는 불편한 진실의 아픔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아프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봐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