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강하고 감성 풍부한 사춘기 소녀의 아름다운 성장소설.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자극적이지도 않고, 특별한 사건도 없고, 얽히고 섥힌 인간관계나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은 너무 재미있다.

잔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쉬우면서도 유치하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살아 숨쉬듯 생생한 인물들의 강한 개성, 캐릭터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

가족 간, 강한 개성의 충돌은 잦지만, 그들은 사랑과 이해로 갈등을 풀어간다.

세상에 이토록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엄마가 딸을, 딸이 아버지를, 할아버지가 손녀를 이토록 완벽하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가족들이 과연 존재할까, 의문이 들 정도로...

이 가족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는 완벽하다.

이토록 완벽한 가족을 가진 제스가, 자신의 삶을 함께한 리버보이와 만나고 또 행복하게 이별한 제스가 비뚤어진 청소년기를 보낸다는 건 솔직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냉소적인가?

어쩌면, 자신을 전폭적으로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지지해주길 바라는 모든 청소년이 꿈꾸는 그러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직 심리적인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성인들 역시, 이러한 가족을 꿈꿀 것이다.

나 역시.. 이번 기회에 나의 리버보이를 만나야겠다.

리버보이는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바람처럼, 공기처럼, 하늘처럼.. 그렇게 가까이 내 곁에 있을 것이다.

그가 강을 따라 바다로 떠나기 전에.. 나도 그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