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땐가.. 유치환의 바위란 시에 매료된 적이 있다.

나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

애련에 물들지 않고 /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

비와 바람에 깎이는 데로/

(...)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도 /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15살, 그때는 서른살이 되면, 그 흔들림없는 바위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너무도 막연히...

하지만, 수년 전 나의 서른은 너무도 일상처럼 이미 지나갔고,

그럼에도 지금의 난, 두 쪽으로 깨뜨려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는 커녕, 손톱만한 상채기에도 아프고 쓰리다며 울고 또 운다.

하기사, 서른이 되어도 아니 살아 생전엔 절대 바위가 될 수 없다는 걸 시인도 이미 읊었다.

오죽하면 '죽어서'야 바위가 되겠다고 했을꼬...

이 책은, 바위는 고사하고 그저 쿨하기만이라도 바라는 서른살이 왜 쿨 근처에도 못가는지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왜 불안한지, 왜 방황하는지, 왜 아픈지, 왜 갈등하는지도...

사실 머리가 번쩍할 정도로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서 위로를 받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우리가 자꾸 잊게되는 삶의 진실을 차근차근 쉽게 조곤조곤 얘기해 주기 때문이다..

마치 이 책에서 설명한 '멘토'의 역할과 같이...

우리에게 자극을 주고 조언을 주고 지혜를 주는 멘토들 역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란다.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진실들을 끄집어 내어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 이것이 멘토의 역할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알면서도 확인받고 싶고.. 가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서른살들은.. 그래서 위안을 받는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나아가라!'는 그 말에, 남루한 하루를 다시 힘내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서른은 포기하고 안주하기엔 아직 너무 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