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이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는 도시에선 따로 슈퍼 히어로 자경단이 필요 없다. 초인등록법을 놓고 서로 대립하지 않아도 경찰만 있으면 치안이 유지된다. 정부가 1940년대에 과학영웅들과 퇴역 군인들을 이주시킨 도시 '네오폴리스', 그 도시의 제 10 관할서를 친근하게 부르는 명칭인 '탑텐'. 다른 슈퍼 히어로물과 달리 모두가 초능력을 가졌다는 설정 때문에 희귀한 사건을 수사하는 평범한 형사물로 봐도 좋지만 별개의 사건들을 잘 끼워맞춰 큰 그림을 만드는 구성과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다. 탑텐 포리나이너즈는 네오폴리스의 건물들이 쌓아올려지고 온갖 과학영웅들과 퇴역 군인이 이주되기 시작하던 1949년을 배경으로 한 프리퀄이다.

훗날 탑텐의 반장이 될 스티브 트레이너는 '제트래드'라는 닉네임의 에이스 공군 조종사로, 이미 열 살 때 명성을 날렸지만 전쟁이 끝나고 열여섯에 제대해 네오폴리스로 이주된다. 도시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라이벌이었던 독일군 여자 파일럿 스카이위치와 만나 친하게 지내면서 썸을 타지만 말 못할 이유로 서먹서먹한 사이가 돼버린다.

도시는 정신나간 독일 과학자 그로몰코까지 받아들였다. 그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지만 뒤로는 나치를 위한 음모를 꾸민다. 프리퀄과 원작 모두에 등장하는 사람은 스티브와 그로몰코 뿐이지만 미래에도 사고를 치고 잡혀와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게 된다. 너무 짧게 나왔던 게 아쉬워서 과거 이야기에 재활용했나 보다.

제대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스티브 트레이너, 스카이위치와의 썸, 그로몰코의 음모, 뱀파이어 매춘의 뒤를 봐주는 헝가리 갱단 등 프리퀄도 원작처럼 별개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조애나, 다크, 성녀로 불리는 걸 보면 아마 잔 다르크를 모델로 한 것 같은 여형사와 장갑으로 무장한 무덤덤한 체임버스의 비밀 등도 매력적이다.

주드 로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했던 '월드 오브 투모로우'나 냉동되기 전의 캡틴 아메리카처럼 복고풍 SF 스타일도 상당히 매력 있다. 컬러풀한 원작과 달리 수채화풍의 담백한 톤도 잘 어울린다. 국내에선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지만 색다른 분위기의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