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을 읽고 있었는데, 설날에 할머니 댁에 놓고 오는 바람에 끝까지 못 읽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육도·삼략을 먼저 읽게 되었다. 육도와 삼략은 저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내려오지는 않지만, 강태공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태공망과 삼략을 장량에게 전해주고 자신이 누런 돌(黃石)이라고 한 노인의 누런 돌을 따 황석공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가 삼략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육도와 삼략은 다들 알다시피 병서(兵書)이다. 이 책 역시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영향을 받아 고전을 읽어보자는 의미로 읽기 시작했다. 다른 고전도 많은데 병서를 택한 이유는 병서에는 사람을 다루는 방법이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과거 현인들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보고 싶었다.

사람을 다루는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쓰여 있었다. 일단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 가장 기본이 되었다. 잘한 사람한테는 상을 주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것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칭찬할수록, 그리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벌할수록 그 여파는 강하게 밀어닥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에 잘 휘둘리는 민족에게는 더 그런 것 같다. 자신과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한 사람을 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자신에게서 먼 사람을 상주기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상필벌은 행하기만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사람을 부리는 방법이라고 본다. 육도와 삼략에는 뛰어난 장수들은 결국 얼마만큼 보상을 해주느냐에 따라 제후에게 충성을 다할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물론 보상이 아닌 도덕이나 인덕 같은 것을 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모습을 겸하여 보여주면 된다. 결국, 바탕이 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대우가 되지 않을까?

벌하는 것은 수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높은 사람을 벌할수록 그 영향력이 크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읍참마속한 이유가 무엇일까? 마속은 정말 뛰어난 장수였지만, 군을 통제하는 제갈량의 말을 어겨 출전하고 결국 패했기 때문에 제갈량은 군법을 세우는 의미에서 마속을 벨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높은 사람을 엄하게 대우하는 것은 결국 아랫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또 벌해야 할 때를 놓치게 되면 결국 시궁창이 되어버린다. 잘못해도 벌을 받지 않으면 그와 같은 무리가 모여들고, 당파를 만들고 결국 그들이 따라야 할 손윗사람의 권세를 위협하게 된다. 감사하게도 육도에는 벌해야 할 사람들을 잘 설명해주는데, 그에 따라서 벌을 정확하게 하게 된다면 권위를 위협하는 사람이 줄 것이다. 

신상필벌을 정확히 하는 것은 상관이 그 아랫사람들의 정보를 잘 파악하고, 벌할 수 있는 권력과 사람을 옳게 판달 할 수 있는 선구안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눈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접해보고, 책도 많이 읽어야겠다. 

육도와 삼략에는 사람을 다루는 법도 나와 있지만 병서답게 진영과 전쟁에서 이기는 법도 나온다. 손자병법에서도 그렇고 육도와 삼략에서도 가장 좋은 이기는 법은 역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한 방법들도 육도와 삼략에는 많이 나와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병서는 우리 사는 데에 적용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칼과 방패는 들지 않았지만 수많은 기업은 암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배워갈 점들이 많다. 읽다 보면 이게 단순히 싸움에만 쓸 수 있는 병법이 아니라 현재에도 쓰일 만한 방법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고전은 한 번 읽고 끝내지 못하겠다. 읽기는 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이 많지 않다. 재미로 읽기에는 얻어갈 만한 게 많다. 언제 한번 다시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