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의 교훈이라도 얻어가면 괜찮은 독서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모두 외워버리려는 의지도 없을뿐더러,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의지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일지도.)

 

 저번에 군주론을 읽을 때 기억나는 것을 말하라면, 군주는 위엄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체사레 보르자와 키루스라는 이름 정도밖엔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이탈리아 쪽의 역사는커녕 세계사조차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더욱더 없는 듯하다. 두 번째 읽었을 때 기억에 남았던 것들 위주로 이번 글을 작성해야겠다.

 

 

임기응변

 

  군주론에는 여러 군주가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에 다다라서 마키아벨리가 하는 말은 그 시절에 맞는 행동을 해야 인정받는 군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 과감하게 하고, 과감하게 해야 할 때 신중하게 일을 한다면 실패한 군주가 된다. 그래서 군주란 자신의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 이야기는 중간에 있는 사자와 여우의 비유와 비슷한 말이다. 사자는 함정을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용맹함이 있어서 다른 동물을 물리칠 수 있다. 반면 여우는 힘은 없지만, 꾀가 많아서 함정을 피할 수 있다. 교활함과 힘 중 하나에 편중될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어 상황에 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임기응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항상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시간에 따라서 상황은 언제든지 변한다. 한가지 태도만을 가지고 상황을 타개할 수가 없다. 안 좋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순간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 판단은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경험할 수 없으니 마키아벨리는 과거의 예에서 모범 답안들을 찾아 군주론이라는 책을 지은 것 같고. 많은 경험과 역사 속 인물들의 적절한 탐구를 통해 미래에 올 시련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

 

  군주가 되어 무슨 일을 하려면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기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사람의 힘에 의지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지 않고서는 휘둘리기 마련이다. 군주론에서는 역사 속에서 그런 사람들의 예를 잘 찾아서 보여준다. 하지만 처음부터 강한 사람은 없듯 힘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쓰여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과거 일제 강점기 때의 우리나라를 보면 힘을 미리 비축하지 않아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데, 이러한 커다란 힘의 차이가 있을 때에는 손 써보지도 못하고 당할 텐데 이런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싶다. 미리 힘을 쌓지 않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일까? 결국, 약육강식의 세계니 말이다. 저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중요한가 보다.

 

 

  이번에 읽으면서 느낀 점은, 꼭 약속을 모두 지킬 필요는 없다. 관후한 것은 인색한 것만 못하다. 악행은 피하되 어느 정도의 악덕은 즐길 필요가 있다. 도움을 받을 때에는 항상 경계하며, 될 수 있으면 나보다 강한 사람들의 도움은 지양한다. 중립은 좋은 것이 아니다. 뭐 이 정도? 며칠이나 머릿속에 남아있을지는 미지수.

의사들이 소모성 열병에 대해서 말하는 바가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그 병은 초기에는 치료하기는 쉬우나 진단하기가 어려운 데에 반해서,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진단하기는 쉬우나 치료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정치적 문제를 일찍이 인지하면(이는 현명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하고 사태가 악화되어 모든 사람이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어떤 해결책도 더 이상 소용이 없습니다. p.25     즉 타인이 강력해지도록 도움을 준 자는 자멸을 자초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세력은 도움을 주는 자의 술책이나 힘을 통해서 커지는데, 이 두 가지는 도움을 받아 강력해진 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p.32     체사레의 유일한 대실수 : 피해를 준 적이 있는 자들을 신뢰하지 말라 p.58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무력에 근거하지 않는 권력의 명성처럼 취약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라는 격언을 마음에 깊이 새깁니다. p.98     그러나 악덕 없이는 권력을 보존하기가 어려운 때에는 그 악덕으로 인해서 악명을 떨치는 것도 개의치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 일견 미덕으로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는 반면, 일견 악덕으로 보이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번영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p.107     이전의 정권에 만족했기 때문에 새 군주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이전 정권에 불만을 품고서 그에게 호의를 느끼고 그의 권력 장악에 기여한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계속 유지하는 일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