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은 로맨스랑 참 잘 맞아.

 

오랜만에 고전이나 무거운 비문학이 아닌 가벼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읽는 게 피곤해져서 이번에는 좀 쉬운 책을 읽어 보자 해서 내 후임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골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짧고 후임이 재미있다고 했으니까. (이래 봬도 이 녀석은 기욤 뮈소의 모든 책을 섭렵한 기욤 뮈소 마니아다.)

 

  이 책의 소재는 시간 여행이다. 영어로 하면 타임슬립(Timeslip). 영화나 책의 내용으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추리와 시간여행이 합쳐진 것도 재미있지만 역시 시간여행 하면 로맨스와 합쳐져야 가장 큰 시너지를 나타낸다. 아무래도 사람을 사랑하면서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을 많이 저질러버리고 과거로 돌아가서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여행은 현실에 있지 않으니 역시 처음에는 신비한 경험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10개의 약을 받으면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60살 나이의 엘리엇은 자신이 사랑했던, 하지만 고인이 되어버린 여자인 일리나를 평생 그리워한다. 자신이 암으로 죽기 전에 꼭 한 번 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10개의 약을 얻었고 엘리엇은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시간여행의 맹점인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것이 흐트러지게 되면서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엘리엇의 모습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라서 그럴까 흡입력이 굉장한 책이다. 시점이 과거와 현재를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엘리엇과 일리나, 그리고 엘리엇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매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러한 시점의 전환이 이 책의 몰입도를 더 높여준 것 같다. 과거에 어떤 만남과 실수를 저질렀고 그것을 바로잡으면서 생긴 문제들을 어떻게 바로잡는가에 대한 전개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책의 장마다 격언들이 쓰여 있었는데 그 점도 재미있었다. 그 장에 맞는 격언을 써두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었던 격언을 적으면서 이번 책의 갈무리를 마친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다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마르셀 소바죠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 밀란 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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