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이 책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는 "글쎄? 그렇게 추천하진 않아. 별로 재미는 없어." 라고 답할 것이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아일랜드의 문학가 제임스 조이스가 쓴 소설로, 그의 자서전 격인 소설이라고 한다. 읽을 때는 굉장히 재미가 없었다. 글의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다. 게다가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이 가톨릭교에 관한 내용이다. 주인공인 스티븐 디덜러스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학교에서 생활했고 자신의 신앙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가톨릭교에서 행하는 의식이나 기도, 성자들의 이름이 많이 언급되는데 나는 종교에 흥미가 없을뿐더러, 주인공이 종교 때문에 엄청난 갈등을 겪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읽을 때는 너무 지루했다. 주인공이 자꾸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종교적인 죄의식에 싸여 고뇌하는 모습이 너무 길고 재미없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건져갈 만한 내용이 분명 있는 소설이었으니까.

 

 

 

사춘기

 

 스티븐 디덜러스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학교도 선생님이 신부님인 기독교 학교로 진학했고, 성적 또한 우수했다. 바이런의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는) 세속적인 시를 옹호하여 친구들과 싸우기도 한다. 이런 디덜러스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소설 안에 사춘기라는 단어가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디덜러스가 가치관의 새 정립으로 가는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모습과 같다.

 

 종교적으로 신실한 디덜러스는 사창가에 간 이후로 종교적인 죄책감에 시달린다. 남들이 보기에는 우수한 학생이지만 속으로는 많은 고뇌를 한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삶을 살던 디덜러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어느 날 지옥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죄책감에 대한 공포가 극에 치닫는다. 고해성사하면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만 디덜러스는 과연 성직자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인가에 대해 갈등한다.

 

 디덜러스의 부모님은 디덜러스가 성직자가 되길 바랐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 학교에 들어갔고, 신부님들 밑에서 세상을 배웠다. 그의 삶에는 종교가 전부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다. 욕망과 욕구가 생기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디덜러스는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옳은 길인지는 모른다. 선택을 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시기이다.

 

 

근래에 선생들의 판단 중 몇 가지가 그의 귀에 약간 유치하게 들린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마치 자기가 그 익숙한 세계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으며 또 그 세계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듣고 있기라도 하듯 유감과 연민을 느꼈다. p.242

 이 소설은 가치관의 변화가 오는 시기를 잘 그려낸 것 같다. 비록 그 깨달음을 얻는 부분이 길어서 지루하기는 했지만. 디덜러스는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대학을 선택한다. 자신의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런 디덜러스를 긍정적으로 본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니까.

 

 

 

종교 전쟁

 

 대학에 간 스티븐 디덜러스는 친구인 크랜리와 종교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말이 이야기지 피곤한 종교전쟁이다. 크랜리는 신을 믿고 스티븐은 이제 더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과 예술을 놓고 둘은 말다툼을 한다. 그리고 스티븐은 이런 결론을 말한다.

 

 

너는 내게 내가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냐만 물어왔어. 내가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말해 주마. 내가 믿지 않게 된 것은, 그것이 나의 가정이든 나의 조국이든 나의 교회든, 결코 섬기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이나 예술 양식을 빌려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자유로이, 가능한 한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무기인 침묵, 유배 및 간계를 이용하도록 하겠어. p.379

 스티븐은 가치관을 새로이 정립하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굳건해졌다.

 

 그런데 나는 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종교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먼저 몰려왔을까? 아무래도 우리 부모님과 우리 형제 사이에 아직 못 푼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겠지? 종교가 다를 때는 참 피곤하다. 그래서 그런 반감이나 긍정은 표현 안 하는 게 충둘하지 않고 좋다.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가 느끼는 점이 더 많은 책이다. 디덜러스가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재미있는 점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었는지 한 번 검색해 봐야겠다. 다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겠지? 아 그리고 번역체는 여전히 신경쓰이는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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