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운영되는 국가이다. 하지만 나는 자유를 얼마만큼 인식하고 사는 것일까? 어떤 게 자유라고 정의 내리기조차 어렵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이 자유일까? 이건 자유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방종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모호한 것 같다. 자유론을 읽으면 그런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읽게 되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자유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밀이 주장하는 자유는 내가 이해한 바로는 대충 이렇다.

첫째,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자유롭게 하되, 남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

둘째,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규제만 가해야 한다.

  밀의 주장에 따르면, 내가 처음에 썼던 것들(먹먹놀놀자자)은 나의 자유이기 때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다. 밀은 인간이 하고 싶은 것에 제한을 거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살면서 나오는 다양성이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 밀의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다양성이 사회를 더 풍족하게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다양성이 많이 존중될수록 엔트로피는 높아질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긍정적인 면을 보면 사회의 다양성이 높아지면, 많은 의견이 조율되어 더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람들의 도덕이 무너져서, 악인들이 다수인 사회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결과는 뻔하다.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결과물은 더 안 좋게 되는 것이다.

  밀은 이런 안 좋은 면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한 명의 천재 또는 우수한 사람의 의견이 안 좋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윈과 뉴턴, 갈릴레이, 마틴 루터와 같은 사람은 이런 패턴을 바꾼 사람들로 밀의 예에 맞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과학적인 근거나 뛰어난 지도력으로 사람들을 바꾸어 한 층 더 진리에 다가서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런 주장을 보면 자유가 무조건 존중되어야 할 것 같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자유의 도가 지나치면 방종이 되는데 이것을 더 경계해야 하지 않나 싶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생각해보자. 밀은 간음도 도박도 개인의 자유이고, 나쁜 결과가 당사자에게만 돌아갈 때에는 관대하게 대해줘야 한다고 한다. (p.184~185)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고 본다. 사회의 권력으로 개인을 전혀 통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더 쉽게 악습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면 사회의 좋은 관습들이 무너지고 악한 관습들이 자리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에는 악한 관습에 무던해지게 될 텐데 이는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사회의 기본적인 틀이 무너지면, 위에 언급된 혁신적인 사람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의견을 펼칠 장이 마련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져버리는 폐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밀과 같이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강력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밀도 사회가 최소한의 규제는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

누구든지 일정 수준에 오르고 시험을 통과하면 과학적 또는 전문적 능력에 관한 학위나 기타 공인증을 수여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사회가 그 사람들에게 그러한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 외에 경쟁자들에 비해 특별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나는 훔볼트와 생각을 같이 한다. p.199

  이런 말도 나와 있는데, 밀은 특별한 대우 없이 그런 능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과연 특별한 대우(금전이나 사회적 인정)를 해주지 않으면서 인정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들끼리 그냥 "인정!" 하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읽으면서 자유를 확실히 보장한다면 다양성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나오는 다양한 주장이 긍정적인 결과로 가는 데 꼭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무리하게(?) 보장해줘야만 나올 수 있는 주장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러한 창의성이 자유로부터로 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예도 적당히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p.s 독약을 파는 것에 대한 예도 나오는데 여기에도 나는 회의적이었다. 처음 읽어서 그런지 별로 얻는게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