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일본 화폐인 천 엔에 초상이 그려져 있는 작가. 일본의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내가 읽어 본 그의 책은 고작 마음 하나. 그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을 꼽으라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아닐까 싶다. 저번에 마음을 재미있게 봐서 그의 대표작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어서 사버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소소하고 풍자가 돋보이는 소설이기는 하나, 줄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빠르게 읽힌다거나 푹 빠지는 느낌은 덜 했다. 이 책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다. 시트콤에는 주로 사랑 이야기를 줄기로 삼아서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가지처럼 보여준다. 반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는 간게쓰군과 가네다 家의 혼담을 중심으로 풍자를 담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주고받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고양이

  이 책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이루어진다. 이름도 혈통도 없는 고양이인 '나'는 영어 선생을 하는 주인의 집에서 눌러산다. 가끔 밖을 나돌기도 하지만 집에서 지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인의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말을 고양이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하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사람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고양이 특유의 인간보다 위에 있다는 우월성이 가득한 말투를 보이면서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목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고 되어 있고 표지에는 고양이만 나와 있어서 많은 고양이가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나'까지 합쳐서 세 마리 정도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군상에 관한 탐구에 더 집중한 소설이다.

선생과 자본가

  선생과 자본가는 서로 대립을 이루며 서로 비아냥거린다. 선생이라 말하자면 구샤미(주인), 메이테이, 간게쓰 정도가 있겠고, 자본가라 하면 가네다 일가와 스즈키 도주로가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고양이의 눈에는 둘 다 한심해 보이기 때문이다.

  선생들은 허풍을 떨고, 자신의 식견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조롱한다. 남이 못 알아들을 말만 하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며, 선생이라는 프라이드 때문에 실사구시를 하지 못한다. 그저 자존심만 있는 부류들이 선생이다. 어찌 보면 우둔할 정도로 실용적인 것들에서 한 발 떨어져서 사는 그들이다.

  자본가들이라고 해서 정상은 아니다. 선생들은 지식을 가지고 우쭐하지만, 자본가는 돈과 권력을 가지고 우쭐한다. 둘 다 똑같은 부류이다. 그들은 돈으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에 빠져있다.

  결국, 둘 다 똑같은 부류인 셈이다. 고양이는 이를 보면서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재미있는 것만을 찾아 들을 뿐이다. 인간들보다 차라리 고양이가 더 나아 보인다. 고양이에게는 욕심은 없으니까.

읽으면서 주석이 참 많이 달려있어서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일본어를 이용한 풍자도 많고, 문화를 알면 더 쉽게 이해되는 것들도 많고, 당시 시대를 알아야 이해되는 풍자들도 많았다. 번역가의 손길이 책의 재미를 좌우할만한 책인 것 같다. 일본의 문화와 일어를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