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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고 손을 댔던 때는 초등학교 6학년때였다. 그 당시 나에게 소설이란 두꺼워서 도전하기 힘든 벽같은 존재였다. 특히 이름도 모르는 외국작가의 작품은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책에 그림 하나 없이 글만 있었으니까. 난 독서를 너무 안 했었다. 결국 앞에만 조금 보다가 도서관에 반납했었던 기억이 있다.

 

언 시간은 흘러서 벌써 스물세살이 되어서야 이 책을 처음으로 다 읽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그 때는 왜 그리 쉽게 포기했을까? 아무래도 싱클레어처럼 생각하기에는 나는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었기 때문에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나는 유년기를 거친 어엿한 성인(이라고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지만)이니.

 

 

자아

 

데미안은 아직 소년으로 머물러 있는 싱클레어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싱클레어에게는 정론이라고 각인되어있는 것들을 흔들어 놓으면서, 싱클레어는 한 가지의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압락사스는 선이기도 악이기도 한 신이다. 새는 왜 신에게로 날아가야 한 것일까? 그것은 세계에는 선만 있다거나 악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과 악이 조화를 이뤄가면서 사는 것이 세계인 것이다. 선과 악을 조화시키면서 신에게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삶을 살아야 된다는 뜻이 아닐까?

 

싱클레어는 선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살았다. 따뜻한 집에서 부모님과 착한 누이들과 사는 삶.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데미안은 그것을 깨우쳐주는 선지자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면서 우리는 자아를 만들어 나간다. 피스토리우스라는 인물도 나오는데 그는 싱클레어에게 배화(拜禾)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같이 이야기하며 가르침을 준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에게 자기도 모르게 피스토리우스의 가르침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게되고 둘은 헤어진다. 이는 자아를 만드는데 다른사람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완성시킬 수는 없다는 뜻 아닐까?

 

 

사랑

 

마지막으로 가면 에바 부인에게서 사랑에 대한 두 이야기를 듣는데, 이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사랑을 하면서 자신을 잃지 말라는 말 새겨둬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것이 나를 모두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한 번도 그런 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본연의 나를 잃어버리면서 사랑한다면 그 후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사랑은 언제나 상호교환이 될 수 없다. 어느 한 쪽이 더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많이 받는 쪽의 사랑의 그릇은 넘쳐 흘러내려가 버리는 것 같다. 넘치는 줄도 모르고 계속 준다면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확고한 자아가 필요한 것 같다. 아니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사랑을 해야할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처럼 벼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데미안은 자신을 찾기 위해서 힘든 싸움을 하는 소설이었다. 세계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자신을 파악하는 것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카인의 표적은 흔치 않게 자아를 찾아내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p.s. 데미안에는 시크릿의 주제도 들어가 있다.

      인셉션에서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따온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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