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몽매했던 나를 되돌아보다.

공대생이라는 말은 마치 인문·사회계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된다는 것처럼 합리화를 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던 인문학은 철학이나 어문계열(?), 역사학 정도로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알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인문학이라는 것을 제대로 정의조차 못 내리고 살았다. 그리고 이 학문은 돈이 안 되고, 실용적이지도 않고, 취업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용적이고 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의 학교와 과를 선택하게 되었으니까.

매체에서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연설에서 인문학이 지금의 애플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는 조금 흥미가 가긴 했지만,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는 학문에 대해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냥 책 좀 많이 읽는 것이 인문학 지식을 쌓는 줄 알고 있었던 어리석은 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인문학은 역사의 정수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많은 철학가와 사상가들이 썼던 책은 인간이 어떻게 생을 살아야 할지, 그리고 여러 가지 정의들을 정립해놓은 책이었다. 고전이 왜 지금까지 읽히고 회자하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알았을 사실들을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 같다.

거의 400p가 되는 책의 요점만을 말하자면 '인문학 고전을 읽자!'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장황하게 여러 예를 들어 글이 쓰여 있다. 개인적으로 단국대 이해명 교수가 자식들에게 초등학교 5~6학년 때 『논어』,『맹자』와 같은 고전 서적을 어떻게 한문 원전으로 읽게 했는지(p.90)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작가가 신자유주의가 인문 독서가들의 역사라고 했을 때, 신자유주의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 이질감이 들기는 했지만, 인문 고전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잘 강조한 것 같다.

'고전을 읽자!' 이 한 마디만 건져도 좋을 책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제 인문학 고전을 읽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