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급식이 부실하다든다, 그 범위와 비용 지불 주체를 놓고 낯뜨거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요, 어찌 되었든 급식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배부르고 흥겹습니다. 학교에 따라 크게 개선이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학교 급식이라면 영양사분이 정확히 양과 엔트리를 체크한 채로 나올 테니까요. 그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기준 미달이 아니라, 얼마나 영양이 고르게 베풀어졌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에서 만장일치로 "맛있다!"는 말이 나오는 식단은, 영양 면에서도 합격 기준을 크게 웃도는 일이 많더라구요.

이 책은 제목으로 보아 세계 급식의 다양한, 군침 도는 식단을 소개하고 있을 거라 짐작되는데, 내용을 읽어 보면 각국의 정치 현실과 사회적 복지 수준에 대해서도 약간의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어느 정도 사회성을 띤 컨텐츠였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급식 하나에서도, 뭔가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사 내용을 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아이들이 그 나라에서 받는 대접과 후생이 곧 그 나라의 복지와 발전도의 일차 척도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대략 한 세기 전 어린이날을 이 땅에서 처음으로 제정하신 소파 선생의 선구자적 안목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함부로하는 나라가 곧 후진국이고, 아이들이 주인 대접을 받는 나라가 곧 선진국이라는 등식은, 생각 외로 효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가장 마음을 무겁게 한 파트는 아무래도 16페이지에 나오는 러크나우의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작은 공립학교의 예를 든 탓에 러크나우도 작은 도시이겠거니 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러크나우는 무굴 제국, 아니 인도가 델리 인근으로부터 전 영역을 지배하던 무렵부터, 아그라와 함께 제국의 재정도시 노릇을 하던 거대한 도시입니다. 거대할 뿐 아니라 풍요롭기도 했고, 무굴 제국 말엽에는 지방의 토호가 분립해서 다스리기도 했죠. 대포에 돼지기름, 쇠기름을 쳐서 현지 병사들의 격분을 자아낸 사건으로 촉발한 세포이 항쟁이 시작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러크나우의 작은 학교에서 급식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에게는 이 한 때의 점심이 전 하루를 통틀어 유일한 식사가 되기 때문이라는군요! 우리 자신을 좀 돌아봐야겠습니다. 다 먹지도 못할 식사를 잔뜩 지어놓고, 다이어트를 핑계로 도중에 만 식사를 음식물 종량제 봉투까지 축내 가며 버리지는 않는지요? ？A 여기저기 찐 군살에 여름 휴가철 걱정을 하면서도, 결국 밤마다 식탐을 못 이겨 필요도 없는(많은 경우 심리적 요인이지, 정말 몸이 원해서 밥이 댕기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주전부리를, 그것도 싫증 나면 많은 양을 남겨 가며 건강하지 못한 소비를 하진 않습니까? 한창 먹어야 할 아이들이 먹지도 못하고, 못 먹어서 올바른 성장을 못 이룰 뿐 아니라 질병에 걸리고 심지어 죽기까지 하는 일도 허다한 게 가난한 인도, 러크나우의 사정입니다. 얼마 전 저는 <WIN의 거듭제곱>이란 책을 읽었는데, 친환경 식단의 구입으로 제3세계의 빈민을 후원하는 프로젝트가 있더군요. 많은 생각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사진을 보니 카레(이 책의 표기를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요리 하나가 등장하는데, 저 양과 저 종류로 그 나이의 아이들이 대체 어떻게 배를 달랠지 참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러크나우에서의 문제는 그것뿐이 아닙니다.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당연히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배식을 받습니다. 문제는, 이 인도란 나라가 참 한심한 게, 아직도 전근대적인 남녀 차별 의식이 잔존해 있다는 겁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무슨 교육이 필요하냐는 생각에,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는 건데요. 그나마 빈민들은 여자아이를 학교에 등록하고 등교를 시켜야, 거기서 제공하는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가난과 부조리의 문제가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케냐의 다답도, 마찬가지로 사정이 안 좋습니다. 사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서 1960년도에 독립한 케냐는 그나마 아프리카 안에서는 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곳은 다답인데, 여기는 케냐 북부의 소말리아와 인접해 있고, 소말리아에서 유입한 난민들을 수용하는 지역입니다. 그러니 케냐 어린이들의 사정이라기보다 소말리아 어린이들의 문제를 엿볼 수 있는 장이 되겠는데요. 유엔 식량 계획의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들은 식사를 배급 받습니다.

OECD 국가라고 해서 다 학교 급식이 이뤄지는 건 아니겠죠. 당장 우리만 해도 전면 무상 급식 문제로 큰 정치적 갈등까지 빚어졌으니까요. 멕시코는 우리와 같은 레벨의 경제규모지만, 이 책에 나와 있듯, "그냥 애들이 도시락을 싸 오는 나라"입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는데요, 하긴 우리도 급식이 보편화된 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전 세계 규모로야 아직도 도시락을 싸오는 나라가 당연히 있겠죠.

이 책 80페이지를 보면, 우리 나라 학교 급식의 기원이 나와 있습니다. 언제일 것 같으십니까? 1953년입니다. 대단한 선진국? 그게 아닙니다. 캐나다에서 전후 참상을 겪는 어린이들에게 기부한 분유를 아이들에게 나눠 준 일을 그 시초로 잡고 있답니다. 우리는 지금,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을 잊고 너무 흥청망청 과소비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쓸데없는 야식만 먹고 찌운 살을, 또 다른 돈까지 들여 가며 빼는 어리석은 짓을 삼가야겠습니다. 이거, 벌 받을 행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