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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아주 정상적인 악] 뇌의 장애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

철도 공사 인부였던 피니아스 게이지의 사건을 뇌의 장애가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티는지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사례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쇠막대기로 머리를 관통당한 게이지는 성격이 극단적으로 변했다. 그의 언어적·운동적인 능력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과 의지력이 강했던 그는 예민하고 변덕스럽고 충동적이고 쉽게 화를 내는 저급한 사람으로 변했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다. “게이지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의 주치의는 다음과 같은 인상 깊은 소감을 적기도 했다. "그는 이제 아이의 지적 능력과 강한 남자의 동물적인 열정을 가진 한 사람이다."

신경학자로서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연구와 강연을 하고 있는 아드리안 레인 교수는 감정을 가지고 누군가를 살해한 41명의 살인자를 대상으로 뇌의 컴퓨터 단층촬영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그는 전뇌 부위, 즉 통제, 자제, 책임감, 공감 그리고 도덕의 성립을 담당하고 대뇌변연계로부터 나온 공격적인 충동을 제지해야 하는 뇌의 영역에서 눈에 띄는 손상을 발견하였다. 레인은 검사를 받은 살인자들이 대부분 지능지수가 낮을 뿐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뇌가 14%까지 더 작은 것을 확인하였다.

살인 범죄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여러 조사를 통해 이들의 전뇌에 생긴 손상이 확인되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18명의 어린 살인자를 조사한 뒤 그들의 전뇌피질에서 발육 부진과 병적인 변화를 발견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반사회적인 행동 방식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전뇌 손상이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손상으로부터 유발되는 충동과 욕구에 대한 자제력 상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입, 즉 ‘사회적 감각’의 침해에서 확인될 수 있다.

또한 어린 시절에 뇌막염 혹은 어떤 사고 때문에 뇌의 손상을 입은 사람들도 흔히 사회적 행동에서 심각한 결함을 보였다. 그러한 연구들은 계속해서 나열될 수 있을 정도로 많지만 결국에는 단지 특정 부위의 뇌 손상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냉정한 행동에 대한 가능성을 상승시킨다는 사실만을 인식시켰을 뿐이다. 여러 범죄자의 경우에 감정의 처리를 담당하는 ‘해마’라고 불리는 뇌의 양쪽 부위가 서로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경우는 오른쪽 해마가 왼쪽보다 더 컸다. 그로 인해 그들은 사람들의 신호에 무디게 반응하고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들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은 소위 거울신경세포,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한 감정이입을 책임진다고 알려진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그 때문에 희생자들의 얼굴에 나타난 공포, 두려움 그리고 고통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한다. 아동 성도착증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뚜렷하게 머리에 상처를 입은 사고들이 더 많이 확인되었다. 이는 그들의 두개골이 성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에 비해 더 얇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은 뇌의 혈액 공급이 감소되고 뇌의 내부에 있는 빈 공간이 확대된 모습을 보였고, 변칙적인 뇌 발달의 표시로 해석될 수 있는 특징인 왼손잡이가 훨씬 더 많았다. 이와 함께 아동 성도착자들은 (호르몬에 의한 문제와 모든 조사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지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윤리적인 결정은 우리 뇌의 여러 부위에서 일어나는데, 바로 그런 곳에서 범죄 행동의 근원지가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언급된 편도핵, 전뇌와 더불어 측두엽과 대뇌변연계의 또 다른 부분에 위치해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대해서는 몇 십 년 후에 새로운 뇌 연구 결과가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 주거나 혹은 악의 뿌리에 대한 탐색에서 우리를 계속 불확실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의 연구들은 단지 뇌 안에서 악의 위치를 찾는 문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추 신경계의 성숙도와 기능적인 특수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의 능력과 도덕성 발달을 책임지는 뇌 구성이 30대에 비로소 완전히 고정된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해서 많은 범죄자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과정도 늦게까지 종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학교 살인 광란에 대한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한 연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연구는 15세의 학생들에게서 훗날의 범죄에 대한 신경심리학적 힌트를 찾으려고 했다. 그 결과 잠재적인 폭력 범죄자들은 사고 현장과 범죄 희생자의 끔찍한 사진이나 장면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감정이입이나 동정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정상인들과 달리 맥박과 근육 활동이 상승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나 두려움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