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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아주 정상적인 악] 상상 그 이상을 뛰어넘는 범죄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범죄 중의 하나는 앨버트 해밀턴 피쉬의 사건이다. 그는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도착증을 지니고 있어서 악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병든 사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앨버트 피쉬는 1870년에 매우 불안정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정신분열증에 걸려 있었고, 큰형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었으며, 둘째 형은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리고 누나는 정신착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5세가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은 피쉬는 어머니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두들겨 맞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당했다. 스스로 강한 동성애적 성향을 느꼈던 피쉬는 후에 고통이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다른 사람의 공격이 자신을 성적으로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미 그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사디즘적이고 마조히즘적인 성향을 인식했던 것이다.

훗날 그는 자신의 몸에 여러 개의 바늘을 꽂는 등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했다. 또한 그는 나중에 등장하는 많은 연쇄살인자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극단적으로 동물 학대를 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말의 꼬리에 벤진을 묻히고 불을 붙이기도 했다. 청소년 시절에는 독일의 연쇄살인범 프리츠 하르만을 숭배하였고, 그에 대한 것들을 수집하였다.

성인이 된 앨버트 피쉬는 네 차례 결혼을 했고 6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날 생선을 먹으라고 강요하고 지팡이를 주고 피가 나도록 자신을 때리라고 시켰다. 첫 번째 부인에게 버림을 받은 뒤 피쉬는 더욱 강박적으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는 커다란 바늘로 자신의 생식기와 항문 부위를 찌르거나 벤진에 적신 면봉을 항문에 넣고 불을 붙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처럼 피쉬도 지속적인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런 불안감이 그를 미국의 23개 주를 돌아다니며 살게 만들었다.

피쉬는 40세 때에 한 동성애자를 상대로 첫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그 후 반복적으로 살인 용의자로 수사를 받았지만 죄는 한 번도 증명되지 않았다. 피쉬는 58세 때에 10세 소녀를 유괴하여 빈 집으로 데리고 가서 성폭행하였다. 그는 이 어린 희생자의 목을 졸라서 죽인 뒤 머리를 잘라 냈다. 그러고는 시신을 끓인 후에 며칠에 걸쳐서 식사로 먹어 치웠다. 그는 그 후에도 여러 명의 아이를 납치하여 죽도록 괴롭히며 코와 귀 그리고 페니스를 자른 뒤 살해하였고, 그들의 내장을 먹기까지 했다.

52세부터 그는 종교적인 망상에 빠졌고, 스스로 구세주가 되어서 죄를 진 세상을 벌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길거리에서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을 붙잡아서 그들의 두개골을 돌로 깨뜨리는 사람은 축복받으리라.”

그는 마침내 1934년에 체포되었다. 한 희생자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딸을 살해한 것과 자신의 식인 행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자신이 인육을 애호한다고 털어놓아 범죄가 입증되었다. 수사 과정에서 그가 저지른 수많은 살인 범죄가 확인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100명이 넘는 사람을 살인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여러 번의 정신의학적 검사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 능력이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해명되지 않았다. 그의 증상으로는 자기 거세와 타인 거세, 사디즘, 마조히즘, 능동적·수동적 고행, 자신의 신체를 바늘로 찌르기, 소변 마시기, 자신의 배설물 먹기, 노출증, 시체에 대한 변태 성욕, 대물성 성도착증, 식인 행위 등이 있었다.

법정은 그의 이성에 대한 정신의학자들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판단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로 인해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피쉬는 사형 집행 직전에 즐거운 듯이 흥분되어 있었다. 그는 전기의자를 통한 느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형 집행 첫 번째 시도에서는 합선이 일어났다. 피쉬가 27개의 바늘을 하체에 꽂은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도를 통해 비로소 연쇄살인범 중에서도 최악의 인물이 사망하였다. 비록 앨버트 피쉬의 범죄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고 끔찍한 도착증이 무척이나 심했지만, 환각과 망상으로 시달렸던 사람을 실제로 악의 등급표에서 최고의 자리에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악한 행동을 결코 객관적으로 수량화할 수 없다. 종교적·도덕적·윤리적 그리고 법적인 기준과 더불어 언제나 주관적인 평가도 결정적인 판단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겪은 사건들과 불행들이 정신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소위 ‘생애-사건-연구’를 통해 다음의 사례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명의 노부인이 운명적인 사건을 겪게 되었다. 한 여성은 남편이 침대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이 키우는 카나리아가 새장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카나리아를 잃은 여성은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반면, 다른 여성은 남편의 죽음을 큰 문제없이 잘 극복하였다.

뉴욕의 정신과 의사인 마이클 웰너 박사는 최근에 악의 측정을 위한 시도로 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조사하고 있다. 그는 수년에 걸쳐 월드 와이드 웹에서 사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사람들은 어떤 행동 방식을 악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기는지 그리고 이런 행동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대답해야 한다. 악의 등급에서는 현재의 도덕 본능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대 정신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의 느낌과 감정이 악의 어떤 얼굴을 그려 낼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