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가정을 가진 남자들한테 많이 회자되는 유머가 있다. ‘남자는 태어나서 딱 두 명의 여자말만 잘 들으면 인생이 편하다’고..... 그 두 명의 여자중 하나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부인인데 다른 하나는 누굴까? 바로 네비게이션을 틀면 나오는 안내멘트의 목소리 그녀다. 이 말을 처음 들으면 웃지 않을 유부남들이 있을까? 그만큼 초행길 운전 중에 네비게이션의 중요성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이며 매일 오가는 장소마저 네비게이션을 켜놓고 가야 마음이 놓일 정도로 심각한 의존상태가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과 버스에서 우후죽순 늘어나며 점령했던 무료신문들은 그동안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아침을 깨워주는 소식통이었지만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추억 속에 이미지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들의 두 손에는 작고 얇으며 궁금해 하는 뉴스를 신속하게 인터넷으로 전달함은 물론 음악감상 동영상 시청등 기존의 휴대용 미디어기기들이 담당했던 기능을 하나로 합쳐 놓은 스마트폰이 대신하게 되면서 더 이상 무료신문이 차지할 공간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PMP, MP3등의 운명도 함께였다.

세상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되어 가는 세상. 더 이상 운전할 때 언덕에서 반클러치를 제대로 밟지 못해 후진할지도 모르는 걱정도 없어졌고 네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에 형편없는 이정표에 목적지를 제대로 찾지 못해 겪는 울화통도 더 이상 경험할 필요가 없어졌다. 수백명의 여행객들을 실어나르는 비행기도 이제는 조종사들이 특별히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컴퓨터가 모든 운항과정을 제어하고 예측 가능한 사고에 대비한 응급조치도 메모리화 되어 있는 자동항법기능을 운영함으로서 조종사의 숙련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전쟁 또한 무인기기들이 대신하는 세상이 점차 다가오면서 인간이 극한의 상태에서 전쟁을 수행함으로서 겪게 되는 트라우마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기술력의 개가가 구현하는 세상은 인간으로 하여금 기계가 맡고 있는 일 이외의 역할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을 주는 등 편리함으로 ‘유토피아’를 만들어 줬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말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동화로 행복한가?

얼마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이 발행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중독성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류의 발전과 영속을 담보했던 사고의 혁신적 변화가 없어지면서 야기되는 문제점은 결국 인류 문명의 퇴보는 물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이 책을 많은 언론과 전문가는 물론 심각성에 주목하던 일반 독자들에게 충분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카가 새롭게 <유리감옥>이라는 책을 펴냈다. 스마트폰의 액정을 깨고 화면속으로 머리를 반쯤 파묻은 인간의 모습을 그린 표지가 압권이다. 스마트폰에 점령당한 우리의 의식을 이 그림만큼 직설적이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의 일상에서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하기 보다는 같은 공간에 있을 뿐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우리의 모습은 소통의 부재는 물론 단절에서 오는 교류의 어색함과 불편함이 지배하는 관계의 기형적 세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위의 예등을 들면서 독자들에게 강력한 직구를 날린다. ‘자동화의 시대에 당신은 진정 행복한가?’라고..... 점차 우리가 해 왔던 부분들을 기계의 자동화가 대신해 왔고 대신 한다면 우리는 그보다 더 의미있고 창의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냐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우리의 삶은 진정 질적 향상을 이룩했냐고 말이다.

결코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 남으로서 우리가 치러야 할 댓가는 집중력이 떨어진 업무추진으로 날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자신의 모습이며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한 심각한 고립이 아닐까? 테크놀러지의 발달에 따른 시대별 인간의 반응과 사회상은 독자들에게 흥미로움을 선사함은 물론 최근까지 혁신을 통해 도달한 자동화의 모습은 결코 그 성과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작의 범위에서 확장된 <유리감옥>은 그만큼 자동화의 사례와 효용성에 대한 그간의 치열한 논란은 물론 이를 통해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을 거론함으로서 독자 스스로가 판단토록 결론을 열어 놓는다.(물론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고민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맹신은 자동화를 편향과 안심이라는 두가지 인지적 질환에 걸리게 했다.

“컴퓨터가 그릇된 안정감을 줄 때 우리는 안심한다. 우리는 기계가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어떤 도전도 해결해 주리라고 확신하고 일에 관심을 쏟지 않게 한다. 우리는 맡은 일 전부 아니면 소프트웨어가 처리해 주는 일의 일부에 무관심해 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신호들을 놓칠 수 있다.”(본문중 111페이지)

잘못됐다는 신호들을 일찍 깨닫는다면 시행착오로 그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자동화라는 테크놀러지에 빠져들어 스스로 후진적인 문명지체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줄기차게 이론적이며 냉철하게 문제제기 하고 있다. 이제 진지하게 우리도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논의와 각성이 필요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