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니 근래 몇년간 읽었거나 관심을 가졌던 책들의 제목중에 이 책 만큼 가슴시리고 폐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을 보진 못했다. 올해 마흔둘....만 나이로 마흔....회사앞 빌딩에 있는 대학동기녀석과 가끔 만나 소주잔 기울이면 둘이 헛 웃음부터 짓곤 했다. "얼마전 말야 과 동문회를 갔더니 신입생 애들이 우리 군대갈때 태어난 애들이라고..." 이 대사에 이미 우리는 청춘에서 멀리 비켜난 나이란 걸 절감한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두 마음이 공존했었다. 마흔의 서글픔, 쓸쓸함을 다독여줄 내용들로 가득 찼을 것이란 반가움과 이젠 이런 책을 펼쳐야 할 정도로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삶이란 말인가 하는 허탈함이 들었다.

 회사 내 줄서기의 쓰디쓴 자화상, 혼자만 뒤처진 듯 느껴지는 인생의 무상, 어느새 하나둘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져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놀라움 속에 생겨나는 건강에의 적신호, 회사생활에 얽매인 나머지 미처 돌보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

이 책에 나오는 이러한 주제들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저자들의 조언에 어느 하나 자유로운 마흔의 우리들이 있을까? 냉혹한 현실속에서 더욱 움츠려만 가는 40대의 모습은 불과 몇년전만 해도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바로 내 자신의 일로 다가 왔다. 겁도 나고 답답함에 가슴은 아프기만 하다.

특히 자영업자의 슬픈 초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인 '일요일인데도 나는 구두끈을 맨다'에서는 몇년 앞이거나 바로 내일의 내 모습일지 모르는 40대의 좌절이 느껴져 더욱 가슴이 저려왔다.

이러한 40대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먹어야 할지 조언해 주는 이 책을 통해 역시 아플 수도 없는 인생이 내 팔자임을 깨닫는다. 힘들다. 속상하다..그래도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다독여주는 충고에 힘을 내본다.

문득 몇일 전 큰누님이 말씀하셨던게 생각난다... "넌 아플 자격도 없어. 아플라 치믄 니 처자식들에게 허락 맡고 나서 아퍼.."  진정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