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경박한 세상을 나무라는 매운 가르침’이다... 경박한 세상에서 피해입지 않고 잘 대처해 나가는 것이 ‘처세’가 아닐까? 물론 처세라는 단어의 의미를 너무 좁혀버린채 꽉막힌 사고를 지닌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딘지 책 제목에 ‘처세어록’이 들어가면서 ‘경박한 세상을 나무란다’고 하니 다소 의아함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경박하단건..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결국 경박한 사람들이 정직하고 의로운 이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이득을 취하기에 나타나는 개별 모습들을 합친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경박한 세상을... 경박한 사람들을 흘기며 홀로 고고하게 살아가기엔 또 너무 책상물림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성대중 처세어록>은 서얼출신으로 신분의 한계를 지녔던 영정조 시대의 성대중의 저서 중에서 처세와 관련한 120여개의 글을 옮긴 것이다.

이미 책에 대한 소개야 책 앞에도 나왔으니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을테고..이 책이 지닌 삶에 있어 가져야 할 자세는 탈무드나 채근담등 수신(修身)의 길을 다룬 책들 못지않게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나서 저자인 성대중이 서얼출신으로 신분 상승에의 희망조차 접어야만 했던 인생에 있어 이러한 자신을 엄정하게 단속하는데서 그러한 울분과 설움을 씻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자신의 능력보다 출신으로 운명이 결정지어지는 보이지 않는(?) 잔혹한 시기에 신분의 제약으로 큰 뜻을 펼칠 기회조차 없었던..그로 인해 열패감에 빠진 감정이 이성을 짓눌러 버리고 더 이상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져갈때마다 그럴수록 자신을 다그치고 단속하기 위해 노력했던...늘 곁에 두고 경계를 삼았던 삶의 소신들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부분이 많음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성대중 자신은 저술한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자중하는 모습을 지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수신의 모습이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오늘날에 소중한 충고가 되어 줄 것이다.

여러 추측을 해보지만 그래도 가슴 한켠에 남는건...이 책만큼은 수시로 들춰보면서 매일의 언행의 좌표로 삼는다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성과를 얻는데 그 시작점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120여가지의 글이니 매일 아침마다 한 파트씩 읽고 그날 하루의 실행목표가 된다면 일년에 적어도 세 번정도의 반복 학습이 이뤄질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성대중 처세어록>은 내게 좋은 책은 곧 좋은 구루이자 멘토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