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아침에서 발행하는 <춘추전국이야기>시리즈의 4번째는 힘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정글과도 같은 냉혹한 국제 정치하에서 약소국의 살 길을 성공적으로 제시했던 한 나라의 재상에 관한 이야기다.

춘추전국시대는 진나라와 초나라 두 강대국을 양 축으로 해서 군소 국가들이 상황에 따라 두 나라에 번갈아가며 종속되는 전시상태가 반복되었었다. 특히 정나라의 경우 지정학상 중국 국토 가운데에 위치하면서도 가장 허약한 약소국이어서 늘 두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군소 국가들에게도 시달림을 당해왔다.

초 장왕을 중원의 패자로 등극시킨 필의 싸움, 진나라의 패권을 확인시킨 언릉의 싸움은 모두 정나라를 차지하거나 정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초와 진 양국간 싸움에 따른 결과였을 정도로 정나라는 민중뿐만 아니라 귀족들도 피곤한 삶을 살아가기는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한다.

하지만 이 정나라에 공손교, 또는 자산이라 불리우는 명재상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그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약소국이 살아남을 수 있고 오히려 강대국들을 자신이 의도한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그 전형을 제시한다.

그의 능력은 비단 국제정세 속에서 역학관계 이용의 탁월함에만 있지 않다. 귀족으로서 얼마든지 자신의 부를 쌓을 수 있었음에도 개인적 영달보다는 검소하고 행실이 강직했기에 이러한 개인적 청렴함으로 내부개혁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조직에 긴장과 윤리성을 유지시킬 수 있었으며 명분과 실리를 일거에 취할 수 있는 묘책을 발휘하면서 정나라의 위상을 지켜나갔다고 한다.

이쯤되면 누구나 우리가 처한 지금의 국제정세와 자산이 살았던 시대의 정나라에 대한 비교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의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살아남아야 할 방안을 자산과 정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나 엘리트 계층에서 꼭 한번 읽어 봐야할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최근의 정치권 모습은 여러모로 자산과 반대되는 면이 강하기에 진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 책은 자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갔던 제나라 안영, 진나라 숙향, 송나라 상술 등 쟁쟁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자산에게서 느끼는 깨달음 못지 않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언젠가 자산과 같은 정치인이 나타나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책이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역할이 되어 줘야 할 것이다. 자산과 같은 정치인이 출현할 수 있는 풍토의 마련은 바로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며 결코 정치적 냉소주의는 추방되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