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유교적 사회이고, 철저한 신분제로 나뉘어져 있어서 사랑이라는 말 조차 어울리지 않은 국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선을 뒤흔든 연애사건이라니 제목 부터 얼마나 흥미로운지 단숨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선 왕조스캔들, 남녀상열지사, 연애기담, 불멸의 로맨스 이렇게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시대 궁의 모든 여자들은 왕의 여자들이다.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후궁이 귀공자 이준에게 빠져서 연애편지를 썼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싶었다. 참 정신이 없는 후궁인가보네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평생을 왕의 여자로 살면서 꾸준한 총애를 받기도 힘들고 성은을 입기도 힘드는 데 한 여자로서 이성에 끌려서 자신이 죽게 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시도를 했다는 생각에 사람의 감정이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예나 지금이나 감춘다고 감춰지는 일이 아닌데 용기 있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연애편지를 쓴 그 후궁에게 내심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세종대왕의 형, 한때 왕위를 이어받은 세자이자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였던 양녕대군~ 지금까지 마음 넓은 형으로서 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양보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여인 어리 때문에 모든 것을 버렸다니... 사실을 알고 보니 숨은 로맨티스트 이기도 하고, 불이 난걸 알면서도 그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기도 한 사랑 앞에 무모하고도 열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책에서도 읽어서 알고 있는 궁녀의 동성애 사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공주의 사생활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나 능력만큼 첩을 얻을 수 있는 조선시대에 공주의 남편은 첩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마음에 들고 남존여비 시대 사대부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통쾌했다.

2부의 남녀상열지사에서는 양녀 가이와 사노 부금의 사랑, 기녀 가련과 이광덕의 사랑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요즘 같은 자유연애 시대에도 사랑보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더러 사람이 있다. 그런데 상하의 신분제도가 엄격히 적용되는 조선시대에 앙녀 가이와 사노 부금의 사랑은 용기 있다고 생각되는 것 뿐만 아니라 대단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몇 백 년 전에 어떻게 저런 용기 있는 결정을 했는지 그들이 현시대에 태어났다면 못이룬 사랑 마음껏 이루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그리고 기녀 가련이 평생을 마음으로 기다린 이광덕과의 사랑,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 사랑을 주고받은 사랑. 이런게 사랑이지 싶은게 잔잔하고 감동적인 내용이였다.

3부의 연애기담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첩을 아들이 범했던 내용과 이모와 조카의 근친상간 내용, 여성과 남성의 성을 다 가지고 있는 사방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근친상간의 내용은 요즘 같은 사회에서도 용납이 안되는 이야기인데 유교적사회인 조선시대에 일어났다니 그저 황당하고 놀라울 뿐이였다. 연애기담의 내용은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이야기 보다 연애기담이라 조선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희한한 이야기들 뿐이라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4부의 불멸의 로맨스 부분은 영원한 사랑의 시를 남긴 부부이야기, 로맨티스트 심노숭,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기녀 이야기가 전부 인상 깊었다. 내가 생각 했을때는 특히 조용조용하고 꾸밈없는 사랑을 준 심노숭의 이야기가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 아닌가 싶다. 가난한 집안의 살림을 하느라 그 때문에 얻은 아내의 병을 간호하다가 옆에서 잠들고, 아내를 잊지 못해 망실가도 지어서 계속 마음에 품고 그리워 하는 심노숭. 이 또한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이다.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는 재미있는 연애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교양서적의 역할도 잊지 않고 해냈다. 사랑이야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 시대의 왕과 그 주변의 정치상황과 문화의 정도까지 잊지 않고 독자에게 알리는 투철한 교양서적~ 재미있는 연애이야기만 기대한다면 약간 지루 할 것 같다. 그리고 중간중간 실려있는 그림들 덕분에 어려운 내용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 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책 한권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