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첫 해피엔딩 작품이자 처음 다룬 사랑 이야기.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사랑후에 하고 있는 생각들....

이별 후 사랑에 관한 향수 처럼 .... 그사람에 대한 향기가 내 머릿속에 머물고 있다. 머릿속에 남은 그것을 다룬 이야기이다.

공지영 작가 다운 소설이다. 너무나 달콤하고 닭살 스럽지 않은 은은하면서도 사랑이라는 향기에 가슴 설레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최홍이라는 여 주인공과 그녀와 사랑했던 준고라는 일본남자...그녀를 평생 바라보았던 민준....준고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가족...

일본여자와의 가슴아픈 사랑을 나눈 아버지... 이게 이 책의 기본 줄거리이다.

"나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가끔 그의 손이 내가 살고 있는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면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잠들고 싶었다."

홍이라는 여 주인공이 준고라는 남자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얼마나 사랑하면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서 하루종일을 함께 하고 싶었을까.... 예전에 "연애소설" 이라는 영화 대사 중 차태현이 이은주를 보며 작은 사이즈로 줄여서 주머니에 꼭꼭 넣어 다니다가 심심할때나 우울할때만다 한번 씩 꺼내 보고 싶다고 했던게 얼핏 떠오른다. 옛 사랑이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였다.

"내가 멀리서라도 좋으니까,내 사람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설사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좋으니까, 설사 그 사람 옆에 아름다운일본 여자가 대체 저 한국 여자는 누구야, 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 서 있다해도 좋으니까 한 번만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 주인공이 준고라는 남자가 작가로 성공을 해서 한국으로 왔을때 준고를 만났을때 생각하는 말이다. 이별 한 후 상대방을 한 번만이라도 봤으면 하는 그 마음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가슴이 저려왔다. 정말 이별 한 사람만이 느끼는 그런 절절한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사람이 사는데, 꼭 나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더구나 누구를 사랑하는데.....중략...그러는 게 좋지 않겠니?"

민준이 여 주인공에게 사랑에 관한 그런 이야기를 표현하는 대목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며 가슴깊이 순수하게 사랑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될까?

정말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한다는데...나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계산적이지 않은 순수한...그런 사랑...꼭 현실의 모든 젊은이 들에게 해 주는 말 같다.

"......말을 하는 동안, 네가 말하는 그 감정이라는 것도 변해 가.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네가 왜 그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게 되고, 감정은 변하는 거니까, 그건 고마운 거야, 변하니까 우린 사는거야."

민준에게 홍이 마음에 있는 말을 하려고 하니까 말을 못하게 하며 민준이 하는 말... 감정이라는 거 정말 변한다. 사랑이 변하는게 아니고 한 사람을 사랑했던 내 변덕 스러운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변하니까 우린 사는가 보다.

"쏘아 버린 화살하고 불러 버린 노래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린 내 마음은 내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홍이가 마당에 있는 개 번개에게 하는 말.... 홍이의 현재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인것 같다. 정말 쏘아버린 화살 처럼 다른사람에게 향한 내 마음은 내가 조절하지 못한다. 사랑에 대한 마음의 정확한 표현 아닐까....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표현을 너무 잘 한 것 같다. 사랑을 해보고 이별을 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을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표현한 것 같다.

물론 이별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싶고... 일본과 한국의 그런 사랑이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정말...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책이 한권 더 있다는 것....

"냉정과 열정사이"가 기억에 남는 책이 였는데 그것을 다시 보는 것 같아 흥분하면서 책을 읽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정말 너무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