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절친, 당신은 정말 그를 알고 있습니까? 

-《졸업》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으로, 추리소설 좀 읽는다 하면 이 작가의 작품을 빼놓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나역시 그의 작품을 여러권 읽었지만, 이렇게 '시리즈물'로 작심하고 읽기 시작한 것은 또 이번이 처음이다.

냉철한 판단력이 빛나면서도 마음은 따뜻하고 신중한 가가 형사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한 이 시리즈는 가가가 아직 대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는 시기부터 형사로 활약하게 되는 이후까지 가가 형사와 함께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리즈물이다. 각각의 스토리는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가 형사라는 인물의 성장사를 중심으로 두고 말한다면 순차적으로 읽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그 첫번째 소설 "졸업". 교사의 꿈을 품고 있는 가가는 대학 졸업반이다. 가가 뿐 아니라 고등학교때부터 늘 함께였던 일곱 친구들 모두 사회에 나가기 전 막바지 시절을 저마다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일곱 명 중 귀엽고 애교 많았던 '망설임 공주' 쇼코가 자신의 하숙방에서 사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스스로 자살을 한 것처럼 보이는 쇼코. 게다가 쇼코의 방은 밀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나머지 친구들은 하나같이 쇼코가 자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여자부 검도선수이던 당찬 나미카와 가가가 좋아하는 친구인 사코토는 자신들 나름대로 사건을 파헤쳐간다.

그러던 와중, 어쩐지 이상한 행동을 보이던 나미카 역시 다도모임에서 갑작스레 독극물에 의한 죽임을 당한다. 나미카의 가족들이나 사코토, 그리고 가가는 그녀가 자살할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 다도 모임에는 친한 다섯명의 친구들 (가가는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고, 쇼코는 이미 죽었으므로)과 고교시절 다도회 선생님만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된 그들은 고뇌와 추리를 거듭하며 사건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선다. 과연 그들이 알고 있는 서로는 정말 그 친구의 진짜 모습이 맞는지, 또 그들은 서로의 고민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사건의 뒤에 숨겨진 진실은 씁쓸하지만 결국 그들이 알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는데...

추리에는 잘못이 없다. 그것은 가가 스스로도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가가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미나미사와 마사코 선생님의 말씀대로

진실이란 볼품없는 것이고 그리 큰 가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치 있는 거짓말이라는 것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가가는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의 졸업 의식이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나무토막을 쌓아온 것이라면

그것을 무너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가 건너온 한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졸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