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은 죄 -《콜드게임》

내가 학창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왕따'가 있었다.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된 '이지메'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학교에 나오기 싫을 만큼의, 아니 목숨을 버릴 만큼의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게 했던 일이었다.   사람들이 몇명만 모여도 남의 욕을 하기 바쁘고, 누구 한 사람은 '왕따'를 시키면서 나머지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맛보는 습성은 비단 학생들 집단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왕왕 만날 수 있다. 하다못해 '직장 내 왕따'까지 문제가 되는 현실이니, 성인이 되고, 정규 교육을 마쳤다고 해서 정신적으로도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그러한 이지메로 고통받던 한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된 후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누는 스토리이다.   어느날 갑자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복수 예고장을 받게 된 그 시절 동급생은, 처음에는 괴문자라 여기고 경고를 무시하지만, 자신이 그를 괴롭혔던 방법대로 똑같은 복수를 당하게 된다. 한 명, 두 명... 복수의 대상이 점차 같은 학급의 학생들 전체로 늘어나자 그들은 과거 자신이 재미로, 혹은 무관심으로 이지메했던 중학생 시절의 한 친구를 떠올리게 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복수라 생각했던 그들도 마침내 급우 중 한 친구가 살해당하자 심상치 않은 일임을 직감하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방위대를 조직하지만, 그의 복수의 칼날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복수극을 멈추기 위해 경찰에 이야기해도 경찰은 증거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뿐이고, 급우들 중 어느 누구도 자기 입으로 자신이 과거에 이지메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선뜻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국 복수극의 희생자가 점점 늘어가고, 참혹했던 복수극의 실체가 끝내 밝혀진다.   예상 가능한 반전이 있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며 나를 섬뜩하게 했던 것은 바로 '무관심도 죄'라는 것이다. 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표현하지 않았는가. 왜 보았으면서도 보지 못한 척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는가. 이러한 자기 반성이 읽는 내내 주인공 입장에서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