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인도영화 중 월드와이드 수익 1위라는 기록을 세운 영화 "세 얼간이". 이 영화는 "Five Point Someone : What not to do at IIT!"라는 이름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소설의 한글 번역판인 "세 얼간이"를 영화 대신 접하게 되었는데, 영상으로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포복절도할 에피소드와 잔잔한 감동으로 깨알같은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인도 최고의 수재들만이 모인다는 인도 공과대학(IIT)에 입학한 신입생 세 사람. 부유한 부모님 덕택에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만 부모로부터의 사랑은 별로 받지 못했던 라이언, 아픈 아버지와 가난한 집안형편 탓에 어서 좋은 직장을 구해 집안을 되살리는 것이 인생목표인 알록, 뚱보에 우유부단하고 머리론 알아도 구술 시험에선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하는 하리. 이 세 사람은 모든 것을 학점으로 평가하고,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당하는 IIT의 생활에 반기를 들고 과감히 학창시절의 추억만들기에 도전한다.

살인적인 과제와 시험에 시달리다, 서로 과목을 나누어 품앗이 공부를 하다 망하기도 하고,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영화를 보러 몰려다니다가 결국 테스트를 죽쑤는가 하면, 급기야 시험 답안을 미리 훔쳐내려다가 얼토당토안한 실수를 해서 현행범으로 잡혀 정학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무모하고 바보같은 짓으로 4년을 보낸 그들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워할 수 없고, 어찌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그 까닭은 "대학생 때 아니면 언제 저런 걸 해볼 수 있곘나" 하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학점의 노예가 되어 빡빡한 4년을 보내든, 해보고 싶은 모든 것에 도전하며 다이나믹한 4년을 보내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취업의 노예가 되어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상에서 대학시절을 보내는 요즘의 대학생들에게는 이 책 속의 세 '얼간이'들이 큰 부러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