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도 할겸해서 난생처음 원서를 샀다.

 

사실 처음에는 단어라던가 내용이 좀더 쉬울것 같아서 자기계발서 쪽으로 사려고 했지만,

인터파크 외국도서 탭을 누르자마자 베스트 추천도서로 이게 떡하니 뜨길래,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외국책들은 해외배송이라 기본 2주 배송이었지만

이건 국내에 물량이 있는건지 하루보장배송이라고 뜨길래.. 바로 질러 버렸다.

 

그래도 산간지역 군부대 안이라 그런지 배송예정일보다 5일 늦게 왔지만...뭐..어쩌겠어..

 

일단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라서 맘에 들고 종이가 갱지로 되있어서 책 자체가 두께에 비해서 매우 가볍다.. 외국 원서들은 다 이런거 같다. 종이 재활용도 되고.. 도서 가격도 절약되고. 바람직한걸?

갠적으로는 그 특유의 갱지 냄새와 가벼운 무게가 너무 좋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책들은 다 코팅된 종이라서 얇은책도 생각보다 무겁고 .

 뭐 오래 읽을수 있고 잘 훼손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책들은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비싼 겉표지 디자인이나 중간중간 일러스트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없네..

 

서평이 "단어도 쉽고 생각보다 문장 구조가 단순해서 쉽게 읽히고 좋네요^^"

 "우리 아들 영어공부 한다고 해서 사줬는데 좋아하더라구요"

"역시 원서로 읽으니까 진한 감동이 밀려오네요."  뭐 이렇길래. 샀는데.

 

딱 첫페이지 첫문장 읽어보자마자.  드는 느낌은.

X됐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니까 완전 못 읽을 정도는 아니더라.

과학책이라서 모르는 단어가 자주 나오긴 하지만 한번 글에 빠져들면 문맥상으로

다 유추가 가능한 정도.

 

읽기 전에는 단순한 과학도서인줄 알았는데.

우주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배치한 철학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아직 1챕터밖에 못 읽었지만.^^;)

 

우주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빛이 1초에 가는 거리 즉 30만 킬로미터가 얼마나 되냐면

지구를 7바퀴 반을 돌수 있다는걸 미리 알려주고.

그러한 빛의 속도로 1년동안 갈수 있는 거리가 10trillion킬로미터. 즉 10조. 
(1 뒤에 동그라미가 13개 있다...)

그것을 1광년이라고 정의하고나니,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도 수천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게 도대체 얼마나 멀리 있다는건지 천문학적인 단위가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런 은하가 수천억개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되니 우리 아니 지구가 우주안에서

얼마나 티끌보다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광대한 우주의 바다에서 무작위로 아무 지점에 떨어뜨렸을때,

우리가 지구 근처나 지구 위에 떨어질 확률은 10의 33제곱분의 1이라고 한다. -0-

 

그리고 기원전 3세기 즉 2200년 전에, 막대기 두개와 두뇌만을 이용해서

지구의 둘레를 밝혀낸 그리스의 에라토스테네스에 관한 이야기와,

그 이후로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지구 일주 항해에 대한 열망과 끝없는 시도,

만약 대서양 너머에 미국이라는 대륙이 없었더라면 실패했을 거라는 콜럼버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마치 역사 책을 읽고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이러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된 그림들은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막대기 두개가 평면 위에 있을때 평행광선은 동일한 그림자를 만들지만 곡면 위에 있을때는 각기

길이가 다른 그림자를 만든다는 그림은 정말 한큐에 지구가 둥글다는것을 입증시켜 주더라.)

 

 

이 넓은 우주 안에 우리와 같은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있을까??

 

챕터 2에서는 이러한 주제문으로 시작을 하고 있었다.

광대한 우주라는 음악 안에서 "우리" 라는 단 하나의 선율만 울려퍼진다면

그 얼마나 단조롭기 짝이 없을까.

 

이미 나는 이 책에 푹 빠져 버렸다.

중간중간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사전을 펼쳐보는 손이 귀찮지가 않다.

 

단돈 만원을 투자해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식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