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죽은 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다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죽음'과 관련있는 인물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지난번 읽었던 책이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보살핌을 받기로 결정하고 죽음을 준비해나가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죽음 이후 죽은 이들이 남긴 것을 통해 알게 되는 그들의 삶의 내용이 에피소드마다 담겨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새삼스레 세상에 잊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어쩌면 그게 현재 진행중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고독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고독사가 나이든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젊은 층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니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고독사는 많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뉴스로도 접한 적이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고독사가 늘고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가 늘어났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만 고독사는 충분히 "예방가능한" 문제라는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작은 관심도 받지 못해 외롭게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사람들. 슬퍼진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죽음을 맞이한 이에 대한 태도다. 부패된 딸의 시신을 거리낌없이 끌어안고 울었던 아버지, 반면 고인이 숨겨둔 돈을 찾는 것에만 혈안이 된 유족들, 죽은 사람 때문에 청소를 하게 된 것에 대해 불쾌해 하는 집주인이 있는 한편 '내 집에서 죽어도 된다'고 처음부터 말한 집주인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따뜻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한 이웃의 모습이었다. 죽은 이의 옆집 여자가 흰 국화를 들고 찾아와 조문했던 것. 책 속에서 많은 이웃들이 '죽음'과 연관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쾌하게 여겼는데,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다고 느끼게 된 부분이었다. 읽으면서 그 여성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웃이 그런 고독사를 맞닥뜨리게 되지 않도록 평소에도 교류를 해야하는 것이 더 우선이겠지만.

 

사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가는 건 많이 버거운 일이었다. 외면받고 죽은 사람들, 범죄의 피해자, 고인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유족, 불평을 쏟아내는 집주인, 항의하는 이웃들... 그 이야기들이 참 불편하게 했다. 이미 알고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읽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 하듯이, 이 책 한 권을 통해 누군가가 바뀌고, 또 그 사람의 변화가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도록. 누군가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로 슬퍼지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내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포기하려던 삶을 다시 부여잡고 시작할 수 있는 동아줄이 될 수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일깨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p.232~233)

 

최근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죽음이 그저 우울하고 어두운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남아있는 사람들이 규정지은 것일 뿐. 책 속에서 소개된 죽은 이의 이야기 중에, 자신의 소박한 살림을 누구누구에게 나눠주겠다고 지정하는 배려를 남긴 할머니의 이야기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피해를 볼 집주인을 위해 돈을 남겨둔 사람의 배려. 그렇게 배려가 있는 죽음의 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죽음이란 좀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모든 건 관점에 좌우되는 것이다.

 

- 인터파크 7월 시/에세이 신간리뷰단 자격으로 작성하였으나 개인적인 생각만을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