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분야로의 지식 확장,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책 읽는 분야가 문학 쪽으로 다소 치우쳐져 있기는 하지만, 종종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어왔었다. 그러나 의학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의학과 인문학.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다. 의학은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과학, 기술에 속하는 것 같고, 인문학은 철학 같이 사람들의 생각에 연계되는 추상적인 느낌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다른 모든 학문들처럼, 의학과 인문학 역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책은 총 7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첫번째 장에서는 의학과 인문학의 연결고리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었고, 2장부터는 각 인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의학과 연결지어 소개하고 있었다. 2,3장에서 역사, 미술과 관련된 의학에 대한 이야기가 있은 후 4장에서는 영화와 드라마속 의학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어지는 5장에서는 의학에서 윤리와 법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6장에서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의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 7장에서는 현대의 기술 발달이 의학도 발전시키고 있고, 이 변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만 이 마지막 부분에서는 너무 장밋빛 미래로 그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기술 발달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는데, 긍정적인 측면만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가끔 마주치는 전문적인 내용들이 버거워질 때가 있었지만, 새로운 분야의 지식은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했고, 만족감을 주었다.

책속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눈길이 갔던 것은, 현대에 오면서 변화한 의학의 지향점이었다. 일괄적인 치료법을 적용하는 의학이 아니라, 각 개인에 맞춰 처방하는 '개인별 맞춤의학', 그리고 몸의 각 부분부분만을 보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 올해(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인물이 중국의학을 발전시킨 인물이 받은 건 이제 의학이 세부적인 요소보다 전체적인 균형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폭넓은 시각으로 연구를 한다면,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발견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건 의학에 한정지을 문제만은 아니다. 이 책 또한 좀더 폭넓은 시각의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의학과 인문학을 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고, 그 요소들이 다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다.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가 속한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문과, 이과로 구분지어 공부했던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 더 흥미롭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