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세계를 보다,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먹을 것을 만드는 사람은 모두 요리사다. (p.209)

최근 방송 트렌드 중 하나는 '쿡방'이다. '먹방'에서 한단계 더 진화해 요리를 하고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요즘 챙겨보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쿡방이고, 덕분에 요리의 즐거움에도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다.

쿡방을 소재로 한 방송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몇몇 기사에서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셰프'를 꼽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셰프들이 주목받으면서, 요리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이 에세이를 접하게 되었다. 막상 읽기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한참 전에 나왔던 책이었다. 2008년에 발매되었으니 자그마치 7년 전이다. 그 때와 달라진 인식들이 있지만, 그 당시의 시선을 감안하며 읽어가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다.

저자 '에드워드 권'은 우리 나라의 스타셰프 1세대에 속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방송을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있다. 그만큼 유명한 셰프라는 거겠지. 이 책에는 그가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와 요리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던 과거의 에피소드들,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의 요리에 대한 철학, 셰프라는 직업을 지망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이 엮여 있다.

요리에 관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직업을 삼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한발짝 물러선 입장에서 글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던 것들은 그의 '철학'이 담긴 부분들이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유명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훌륭한 요리는 식재료의 특성을 충분히 표현하여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p.117)

확실히 '유명세' 때문에 더 값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요리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주로 '먹는 입장'일수밖에 없는 손님의 입장에서, 이 생각은 매우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맛을 알리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런 조화와 울림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음식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한국의 맛과 음식이 세계인의 음식문화와 조화를 이룸으로써 새로운 문화가 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p.128)

한편 책 속에서 저자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여러 번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한식의 세계화에서 중요한 것은 '눈높이를 맞추는'것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것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서서히 그들의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서양 요리의 파스타 중 '까르보나라'를 생각해봐도, 원래의 까르보나라가 아닌 변형된 까르보나라가 더 유명해지고 많은 이들이 먹는 것이 되지 않았는가. 음식문화 역시 다른 문화들처럼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앞에서 했던 이야기가 뒤에 다시 되풀이 되는 등 구성상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에드워드 권이라는 인물의 요리 철학과 그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가르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