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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청춘에게 보내는 조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젊은 시인에게 보낸 열 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꽤 얇은 책이지만, 이런 책들이 대개 반전이 있듯이 이 책 역시 그 안에 담겨진 편지 하나하나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인의 입장과 관련해 조언을 건네는 내용이 많았지만, 그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그 조언의 의미의 폭을 넓혀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시인이 아닌 사람들도 모두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바깥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를 해주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가서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명령을 내리는 그 근거를 찾아보십시오. (p.18)

시인에게는 글을 쓰는 것.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어서 목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 목표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근거. 그게 뭘까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내 마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릴케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충고보다는 스스로의 생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다른 할 일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어찌어찌 파도를 타고 가듯 떠밀려 왔던 인생.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행복할 것이다.

당신의 판단이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당신만의 조용한 발전이 되도록 내버려두십시오. 그런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그 무엇으로도 강요하거나 채찍질을 가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잉태되었다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p.42)

책에 실린 많은 조언에서 '스스로의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그가 문학작품을 쓰는 시인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부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 때문에 정작 가장 가까운 곳을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공감할 수밖에 없는 조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그들의 이름이 더이상 남성의 대립적인 존재만을 뜻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뜻하는 그 무엇이 될 것이며, 어떤 보완이나 한계로 여겨지지 않고, 자신의 삶과 존재만을 생각하는 소녀와 여인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즉 여성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입니다. (p.106~108)

릴케가 여성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한 이 발언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릴케가 예견한 바와 같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단어인 '알파걸', '골드미스'라는 용어들이 이미 흔하게 사용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인식을 개선해나가야할 필요성이 많다. 그래도 점차 달라져왔으니, 앞으로도 변화할 수 있을거라 생각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관찰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 일이 일어나도록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점에 관여되고 있는 당신의 과거를 질책의 눈으로(다시 말해 도덕적인 판단으로) 보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어린 시절의 잘못과 소망, 그리고 동경에서 생겨나 현재 당신의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 회상하거나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p.129~130)

릴케의 이 조언도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되 스스로를 '비판적 시선'으로 보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100퍼센트 수용하기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스스로에게 냉정하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은 결국 자신만 힘든 일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풀어줘서도 안되겠지만, 이미 지나간 것들을 끊임없이 반추하며 질책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수용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편지 형식이어서 누군가가의 말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지 한 통 한 통에 담긴 것들이 다 다르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소중하게 조언을 생각해야겠다고 느꼈다. 이 서평을 쓰며 적었던 몇몇 글귀 외에도, 이 안에는 더 많은 조언들이 담겨 있다.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그땐 또 상황이 달라져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