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작가의 이야기,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라는 점 때문에 읽어볼까 생각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약간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뭐랄까, 그녀의 문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전반적으로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보고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 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주말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그녀가 결혼한 이후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는 에세이였다.

작가에 관해서는 작품활동 외에 큰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니라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을 했다는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책을 통해 결혼을 통해 접하게 되는 변화들에 대한 에쿠니 가오리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소설과는 다른 작가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가끔은 작품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런 의외의 매력까지도 새롭게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물론, 비는 몇 번이든 상관없이 보고 싶다. 아침에 내리는 비와 오후에 내리는 비, 밤에 내리는 비가 저마다 다르고 창문에 따라서도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비가 막 내리기 시작했을 때면 먼지낀 공기의 냄새도 맡고 싶고, 질리도록 쏟아질 때면 그 시원스런 냄새를 맡고 싶다. (p.21)

이렇게 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개인적인 생각들에 공감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녀가 결혼생활에 대해 하는 생각들이다.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게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을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면 우리는 보나마나 산산이 조각나리라는 것을. (p.41)

그녀에게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연인때와는 다르다. 만났다가 헤어질 때가 있었던 때와 달리, 이젠 쭉 함께 있다. 함께 있는 것은 분명 행복할테지만 동시에 많은 충돌을 가져오기도 한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동시에 각각 개별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인시절과는 또 다르게 서로를 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p.63~64)

이 부분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고 느끼게 되었던 부분이다. 같은 곳에 시선을 주고 있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남녀. 누군가 말했던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던 글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시사하는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서로 다른 풍경이 합쳐서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것을 상상하니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결혼한 (또는 결혼한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왜 결혼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는지, 스스로 해보고야 알았다. 꿀처럼 행복하고 아까워서 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우울해서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결혼이 너무도 특수하고 개인적이어서,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꼬여 설명하기 곤란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 (p.87)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 언급도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결혼은 개인적이라는 것은 결국 결혼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에쿠니 가오리가 말했듯이 실제로 결혼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을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이 사랑과 관계된 것이라면 더더욱.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결혼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생활의 변화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이야기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이 리뷰의 마지막을, 그녀가 이야기한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에 대한 글귀로 마무리 짓는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편이 서로를 길들이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니까.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