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아니어도 공감할 이야기, 반짝 반짝 나의 서른

나는 책만큼이나 별도 좋아한다. 까만 밤하늘에 알알히 박혀있는 별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표지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짙푸른 색의 배경에 조그만 별들이 반짝반짝한 모습. 온통 어두운듯 하면서도 아직 빛이 남아있는, 그런게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반짝반짝 나의 서른>은 제목에서도 약간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가 서른즈음 느낀 것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낸 그림 에세이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의 폭이 서른 즈음에 한정되지는 않을 듯 하다. 나이가 적든, 많든... 결국 느끼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굳이 서른이라는 나이가 아니어도 삶을 살아가는 도중에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담겨 있다. 물론, 서른이라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될 문제들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앞부분에서 저자가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둥근 원을 따라 계속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이 끝날 때까지 그 원을 따라 달려야 하는데

서른이란 나이는 그 원의 첫 시작점 정도인 것 같다.

한 바퀴를 돌아서 처음 섰던 자리에 왔고

어떻게 왔나, 이제 한번 돌아봤으니 어떻게 더 잘 돌아볼까 생각하는 자리.

그게 서른인 것 같다. (p.32)

서른이란 나이, 약간은 애매하다. 예전에는 이미 결혼을 했고 어쩌면 아이도 있을 나이였지만, 점점 결혼이 늦어지는 시대가 되면서 여전히 독신인 사람도 많다. 직업적으로 조금씩 발전을 했고, 여러모로 스무살과는 또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지점. 그런 의미를 잘 담아낸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두 번 살 수는 없지만, 두 번 사는 것처럼 좀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보다 이제 슬슬 경험한 것들이 보이는 나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여섯 가지 주제의 이야기...

YOUTH 나 아직 '청춘일까?, LOVE 다시 사랑이 올까?, WORK 낭만적 밥벌이는 환상일까?, HAPPY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TRAVEL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을까?, LIFE 별일 없이 살고 싶어.

이 여섯 가지의 주제 아래 있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잔잔히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그림 에세이인만큼 그림에도 꽤 시선이 간다.

다양한 색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다. 특히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단정했다. 그리고 앙증맞은 느낌의 모습이었다. 캐릭터와 함께 그려진 각양각색의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글과 참 잘 어울려서,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한편 그림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북'의 모습이 이 책 속에 있었다. 여러가지 색칠되지 않은 신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오늘 내가 신고 나간 신발을 색칠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남겨놓은 것이 좋은 생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그림보다 그저 색으로 채워진 부분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색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잔잔하게 다가와서 글과 함께 어우러졌다. '간절함'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에서 초록빛 계열의 색의 퍼짐이 인상적이었다. 글과 어우러져서 좋은 느낌을 더 받았다. 물론 글 자체도 너무 마음에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간절한 이유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에 목마름을 느끼는 이유도

그곳에 가보지 못해서인 것처럼. (p.226)

그림이 함께 있어 편안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가지고 읽어갈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책을 읽으며 삶을 살아가면서 가지게 되는 고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서른이 지나, 새로운 원을 걸어가고 있는 시간. 과연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왔을 땐 지난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돌아볼게 될까. 반짝반짝한 서른처럼,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채워 더욱 빛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인터파크 4월 시/에세이 분야 신간리뷰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