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조금 아쉬운, 시인의 사물들

부제는 '시인들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니 제목들은 모두 갖가지 '사물'들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시인들이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막상 읽어보니 이 예상은 반만 맞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시인들이 쓴 글을 모은 내용인만큼, 스타일도 정말 다양했기 때문이다.

총 다섯 개의 주제로 각각 글들이 묶여 있었다. 첫번째는 살다/삶, 두번째는 보다/시선, 세번째는 열다/세계, 네번째는 쌓다/축적, 다섯번째는 원하다/욕망. 그 아래 52명의 시인들이 각자 사물을 소재로 쓴 글이 있었다. 그런데 각각의 글들을 통해 이 주제를 느낄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인의 에세이라는 점은 뭔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단어에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시인들이 이야기를 풀어쓰는 산문을 썼다는 것이 색다른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사실 아는 시인들보다 모르는 시인들이 훨씬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계속 읽어갔던 것은 책의 제목에서 '시인'이라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통일감이 부족한 느낌. 사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형식의 에세이도 있었고, 사유의 대상이 된 에세이도 있었다. 혹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기도 했다. 처음에 '사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지, 좀더 '사물'에 집중한 내용의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에세이도 몇 편 있었다.

그래도 다양한 사물을 접하고 그 안에서 풀어낼 이야기가 다양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평소 접하거나 인식하기 어려운 사물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무난하게 읽은 책. 너무 큰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 아쉬움을 남긴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