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불가리아의 매력을 느끼는 여행,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1

예전에 출간되었던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와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를 함쳐서 낸 책.

두 권 다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읽은 지 시간이 꽤 흐른 뒤이기도 하고 합쳐진 상태로 읽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단, 제목이 끌렸다. 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니까.

먼저, 전반부는 폴란드에 관한 이야기.

목차에도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라고 쓰여 있다.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 현재 수도 바르샤바, 추일서정이 생각나게 하는 토룬, 아픔이 담겨 있는 아우슈비츠.

이렇게 네 도시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폴란드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르샤바의 이야기 첫 머리에 있던 내용이었다.

철저한 폭격으로 인해 도시의 85퍼센트가 무너진 수도, 바르샤바.

그러나 그들은 수도를 옮기는 대신 재건을 택했고, 모두가 나서서 재건에 힘썼다.

그렇게 제 모습을 찾게 된 바르샤바.

전쟁의 슬픔을 함께 이겨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참 감동적이었다.

물론, 폴란드를 사랑해 자신의 심장을 묻어달라고 한 쇼팽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제목에 들어간 '선율'과 어울리는 이야기였으니까.

폴란드에서는 그렇게, 오래된 것들의 매력을 생각하게 되었다.

동시에, 아우슈비츠로부터 떠올리게 하는 과거의 아픔도 계속 기억해야 함을 생각했다.

좋아하는 영어 단어 중 하나. 빈티지 Vintage(vintidge)

여러 뜻이 있지만, 그중에서 나는 '낡아 빠진'이라는 뜻이 참 좋다.

언제부터인가 낯선 도시를 걸으며 '낡아 빠진' 것들을 만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 되었다.

새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는 오래되어 '낡은 것'이기에 더욱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

후반부는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이야기.

수도 소피아, 침묵이 자리잡은 릴라 수도원, 플로브디프, 벨라코토르노보.

생소한 이름의 네 도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름도 매력적인 수도 소피아. '소피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철학'을 뜻한다고 한다.

저자가 묘사한 소피아의 모습을 보면, 찾아가고 싶어진다.

소피아는 참 특이한 도시다.

한 나라의 수도이며 꽤 발전한 대도시이고, 거리들이 큼지큼직하고 넓직넓직하며 수시로 트램과 버스가 다니지만, 별로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소음과 공해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곳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공기가 좋은 곳이다. 사람들도 여유롭다. 덩달아 나까지 느긋해진다.

중간에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오프라인 서점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공감했다.

책을 손에 들고 다니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거리에서 책을 사는 것.

소피아에 가보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이라는 릴라 수도원.

침묵의 아름다움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플로브디프의 예술풍경같은 골목길도 걸어보고 싶고, 벨리코토르노보에서 차르베츠 성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는 쇼도 보고 싶다.

특히 벨리코토르노보는 교육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학교가 많고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것도 신기했다.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는...

잘 모르던 나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들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라에서는 숨어 있던 매력을 찾게 될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놓치고 있던 동유럽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되어 좋았던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