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디 좋은 곳에서 내내 평안하시길...

 
사진 출처 : 사람사는 세상_봉하사진관 2008. 5. 23
 - 떠나시기 꼭 일년 전 , 당신은 이렇게 환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아주셨네요 -

 

 봉하마을을 찾아 당신을 보겠다던 다짐이 
결국 다짐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당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 알았다면 
진즉 찾아가 그 좋은 웃음과 호탕한 목소리를 만나뵈었을텐데...

 어제 영정안에서 환히 웃고 계신 당신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면 살갑게 악수 한 번 건네고 싶었는데
두 번 큰 절을 올리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에도 긴 줄 늘어 서 
당신께 인사드리던 사람들을 보고 계셨겠지요.
당신을 위해 거리 곳곳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계셨겠지요.

 어느 꼬마가 엄마에게 묻더군요.
"엄마, 왜 줄을 서야 돼?"
"응... 인사드려야 할 분이계셔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오늘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좋은 싫든 잘했든 못했든
당신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서둘러 가신 당신이... 못내 그립습니다.

 이제, 긴 고통 끝내시고

내내 평안하시길
부디 좋은 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시길...

 2009. 5. 25.

사진 출처 : 사람사는 세상_봉하사진관 2008. 5. 23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故 노무현 前대통령 유서 전문 -

故노무현前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