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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들의 목소리가 되어 줄게!

소년과 재규어

- 앨런 라비노비츠 글 / 카티아 친 그림

세상에는 아직까지 희망이 존재한다. 세상은 여전히 긍정의 힘으로 돌아간다. 세상에는 아직 다 알려지지 않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 오늘 나는 그 중 한 이야기를 만났다. 긍정의 힘이 어떤 희망의 결과를 가져왔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그리고 내내 반성했다. 제 멋대로 '약자'라 지칭하고, 제 멋대로 '부정'의 잣대를 들이댄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와 다른 건 틀린 게 아닌데, 그 다름을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 어린 시절부터 말더듬이로 낙인찍혀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온 아이가 있다. 이 아이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벗은 동물들. 동물들 앞에만 서면 신기하게도 말이 술술 나온다. 특히 고양잇과 동물을 특별히 더 사랑한다. 그럼에도 학교 선생님들은 이 아이를 특수반에 편성하고, 부모님은 장애아가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아이를 고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다.

내 동물 친구들은 그 말을 다 알아듣습니다. 나는 알아요.

동물들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입니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애들을 무시하거나, 오해하거나, 상처를 입힙니다.

나를 무시하거나, 오해하거나, 상처를 입히는 것처럼요.

나는 내 동물 친구들에게 약속합니다.

내가 나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면, 너희들의 목소리가 되어 줄 거야.

너희를 위험에서 지켜 줄 거야.

이 아이는 동물들의 대변인이 되고자 결심한다. 말 못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 무시와 상처를 받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자신처럼 말이다. 아이는 말 더듬이가 알아야할 요령들을 익히며 자라난다. 말 안하는 법, 말해야 할 상황을 피하는 법,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법 등. 아이가 감당하기에 이 얼마나 잔혹한 현실인가. 그럼에도 나 역시 나와 다른 상황의 사람들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아 내내 미안하고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이 아이는 각고의 노력끝에 말을 더듬지 않는 어른이 된다. 그러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허하기만 하다. 말을 해야만 하는 이유, 목소리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야만 했던 이유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정글로 가서 세계 최초의 재규어 연구자가 된다. 재규어를 연구한 다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일을 한다. 그러나 재규어를 돕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동안, 사냥꾼들은 그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재규어들을 사냥한다.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밖으로 펼쳐야 할 때가 왔다! 어린 시절 동물들의 목소리가 되어줄 거라던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 중앙 아메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설득해야 하고, 보호구역 하나없는 땅에 보호구역을 설치하게끔 설득을 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다 15분. 말을 더듬어서도 요령없이 말해서도 안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짧은 동화 한 편이 마치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처럼 스펙타클하게 흘러간다. 긴 소설도 아닌 그림책에서 이렇게 벅찬 감정을 느껴보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말더듬이인 책의 주인공은 자신을 고장난 아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의 시선에서 점점 더 위축되어 간다. 유일한 친구, 유일한 안식처는 동물 바로 고양잇과 동물들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자 했던 처음의 결심이 결국 기적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마침내 마주한 두 생명체는 오롯한 하나의 존재로 빛이 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벅찬 진심, 그리고 동지애. 말 못하는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 진심이 있다. 진실된 마음을 전할 때 그 마음은 동물에게도 가닿는 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의 아이 혹은 어른들이 이 책을 본다면, 자신을 어디 한 군데 고장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그들이 더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평생을 야생 동물 보호에 힘써온 동물학자이자, 자연보호가이며 전 세계 고양잇과 동물 36종을 보호하는 민간 단체 '펜테라'의 회장인 이 책의 저자 라비노비츠 박사 역시 말 더듬는 재능을 부여받았고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 했다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한다.

소년과재규어,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