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토리 하나가 보여준 놀라운 생명의 기적

 

쏘옥 뿌직

-김규정 글/그림

 

 누군가의 일생을 들여다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스릴있고 흥미진진할 것이다. 여기 우리가 관심한 번 기울이지 않는 소소한 도토리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 있다. <쏘옥 뿌직>이라는 제목의 책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제목만 들어서는 이 정도의 스케일을 담아낸 이야기라고 쉽게 짐작이 가질 않는다. 분명한 건 이런 생리적인 현상에 관한 책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것!

 

 

 귀여운 도토리가 눈에 들어온다. 다람쥐가 와서 쏘옥 먹어버리는데 금세 다람쥐 똥으로 뿌직 나온다. 다음에는 새 입으로 쏘옥, 새똥으로 뿌직. 바닷속으로 빠진 도토리는 급기야 거북이 입으로 쏘옥, 거북이 똥으로 뿌직 나와 쇠똥구리 밥에 쏘옥. 그러다 비를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도토리에서 새싹이 돋고 어느 덧 장성한 나무로 성장해 수많은 도토리를 맺는 도토리 나무가 된다. 작은 도토리 하나가 보여주는 놀라운 생명의 기적!

 

 

 

 <쏘옥 뿌직>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재미있는 소재에 '쏘옥'과 '뿌직' 이라는 의성어를 반복하며 재미있게 만들어 낸 책이다. 특히 도토리를 먹을 때의 표정과 뿌직 응가를 할 때의 표정이 대조적이라 킥킥 웃음이 나온다. 도토리를 먹고 응가를 하는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지만, 도토리의 여행은 실로 장대하다. 다람쥐에게 먹히는 걸로 일생이 끝날 줄 알았는데 바다라는 곳도 가보고 다시 땅을 밟으며 마침내 거대한 도토리 나무로 성장을 해 나간다.

 

 숲 체험을 가거나 가을 산에 오르면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도토리가 실은 거대한 나무가 될 소중한 씨앗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작은 생명이 보여주는 놀라운 기적의 드라마가 아닐까! 영유아에게 읽어주기에 좋은 이 책은 딸이 좋아하고 먼 훗날 딸의 아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서툰 아빠이자 그림 이야기꾼인 김규정님의 책이다. 딸을 생각하고 또 그 딸의 아이를 생각하며 만들어낸 이 이야기는 생리적인 현상을 소재로 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조금은 더 깊이있고 놀라운 성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듯 하다.

 

 쏘옥 뿌직, 쏘옥 뿌직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동안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엔 마음 가득 오랜 여운이 남겠지!

 

 

 

쏘옥뿌직, 유아그림책